[더팩트ㅣ김병헌 기자]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 "당 자격 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언론에 지난 9일 공개되면서 4월 총선을 위한 민주당의 공천 흐름의 단면 처럼 여겨진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여성 성희롱 논란 징계에 대한 대화 내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재명 대표도 다음날인 10일 퇴원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현 부원장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 당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에서야 "민주당 공관위원장으로서 단호하고 엄격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고 현 부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뵙고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해 이재명 대표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당 안팎으로 야기된 논란은 일파만파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총선 첫 길목부터 사천(私薦)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이재명 대표가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한 다음날인 지난 11일 발표한 10차에 걸친 검증 결과는 사천이라는 확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뒷말이 이어질수 밖에 없다. 적격 대상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물론이고 21대 총선에서 성추행 논란으로 컷오프(공천 배제)됐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도 검증을 통과했다.
심사 결과 지금까지 약 600명이 ‘적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차 발표부터 폭행·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인사가 포함되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1차 명단에 포함된 경기 화성을 예비후보 서철모 전 화성시장은 199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 2005년 야간공동폭행죄로 벌금 500만원을 각각 냈다. 7차 발표에선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한 후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이용주 전 의원,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 수색을 받은 허종식 의원 등이 적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옹호해 논란이 된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당연히 통과했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당 대표가 존재하는 한 위법 혐의 논란이 된 의원들도 자신들의 명분을 거기에 의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당인데 도덕적 규율이 없는거나 진배없다. 당 대표를 포함해 워낙 많은 의원이 사법 리스크에 걸려있으니 도덕적 기준이 있다 해도 기준에 따라 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가 쉽지 않아서인가? 다만 친명계 봐주기는 확실해보인다. 이걸로 끝난게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비명계의 ‘공천 학살’ 기미는 양념으로 등장한다. 친명계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던 비명계 인사들이 잇따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과 한준호 의원 지역구에 각각 출마를 준비하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과 최성 전 고양시장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이들 둘은 탈당한다.
개정한 당헌 80조 3항의 적용여부에 대한 비난도 적지않다. 전가의 보도인 ‘정치탄압’ 등에 해당하는지 당무위원회가 당헌에 따라 의결 하면 되는데, 그렇게도 하지 않고 있다. 옥석구분도 잘 못하니 석석구분은 당연히 더 어려울수밖에 없다. 당헌·당규가 아닌 친명계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적격 판정 잣대가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비아냥도 당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민주당의 공천 기준을 비꼰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새삼스럽지 않다.
과문한 탓인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총선에 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그렇다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텐데 궁금하기 짝이 없다.공천은 선거 승리의 가늠자다. 유권자들은 공천 결과로 쇄신 여부를 판단한다. 확고한 원칙에 기반해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공천에서 계파 배려는 없다"는 임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이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단순하게 '손님실수' 즉 국민의힘 실수를 바랄 게재도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전국순회 등 그동안의 광폭 행보로 이 대표의 피습후 부재와 맞물려 더욱 크게 부각된 상황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결코 개혁적이거나 민생을 잘 챙겨서가 아니다. 정부·여당의 역할이 좀 부족하다고 보니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잘해주기를 바라며 조금 더 나은 지지를 주었을 뿐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1인 체제의 함정에서 벗어나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야당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올 수 있을 것 같다.혁신을 요구하는 민주당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당권=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서 상대 당이 싫다면 우리밖에 찍을 데가 더 있겠느냐는 계산이 작용했으라는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사리사욕에 함몰된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다. '흉기 피습' 사건 보름 만인 17일 복귀하는 이재명 대표의 이후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