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일정을 소화하는 중 60대 남성에게 습격을 당했다. 사인해달라며 접근한 피의자가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수술대까지 올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연초부터 참극이 벌어졌다.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였을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5월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괴한에게 피습당했다. 얼굴에 큰 상처가 나 60바늘을 꿰매는 봉합 수술을 받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022년 3월 서울 신촌 선거운동 과정에서 70대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두고 각종 추측과 음모가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후설, 이 대표의 자작극설,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자객설 등이 대표적이다. 눈을 의심케 하는, 근거 없는 낭설들이 무분별하게 생산·확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에서 생명을 노린 중대한 테러에 대해 조롱과 멸시의 반응이 꽤 많다. "1cm 열상이 중상인가", "흉기가 아니라 나무젓가락이다", "(이 대표가) 맞을 짓을 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피의자를 두고선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 글도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다고 하지만, 한낮 '쇼'로 여기는 상황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또다시 '정치 테러'가 발생할까 우려스럽다. 현장에서 취재하다 보면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을 차단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일 때가 많다. 취재진과 시민이 뒤엉킬 때가 더러 있다. 또 많은 시민을 상대로 일일이 검문검색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선거판에서는 언제든 이런 불상사가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앞으로 선거 양상이 과열되면 진영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전국 단위 선거만 보더라도 여야는 편 가르기 정치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념별, 성별, 지역별 등 갈라치기 정치로 갈등과 증오, 불신과 차별을 키웠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수위는 높아졌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일부 팬덤과 유권자들의 장외대리전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의 의미와 여야가 의회 권력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선거라는 점에서 혐오를 부추기는 유세가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이 대표를 겨냥한 극단적인 공격을 계기로 여야가 이념 대결을 부추겨온 지난날을 성찰해 보자. 책임 의식을 갖자는 얘기다. 자극적인 언행으로 민심을 자극하지 말고, 민생을 위한 정치와 협치가 새해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