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2024년 봄을 향한 그들의 '권력' 투쟁


尹 대통령·이재명·김기현 그리고 이준석의 총선 의미

2024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전운이 감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정치생명 연장의 길이 열리고 반대로 패자는 암흑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의 정치적 운명도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절대 권력은 힘없이 무너졌고, 공백이 생겼다. 절대 권력은 전두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과 군(軍)내 사조직 하나회가 거머쥔다.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통해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과 하나회의 군사 반란이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내용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역사가 스포'라는 말에도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로 흥행 열기는 더욱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지난 주말 '서울의 봄'을 보며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권력'이라는 주제였다.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권력을 향한 욕망이 좌절됐을 때의 인간 내면의 두려움이었다. 두 번째는 신군부에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치의 무력함과 부재가 얼마나 국민에게 큰 죄악인지였다.

영화를 보며 생각한 이 두 가지를 내년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에 대입해 봤다.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대표 그리고 윤핵관과 기타 신당 창당 세력이 주인공이다. 더 큰 권력을 가지려는 이들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고, 내년 4월 봄, 마지막 전투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내년 4월, 계절은 봄이지만 한여름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두환과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1979년 12·12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서울의 봄>이 최근 흥행 가도를 달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여당인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발족, 중진의원과 당 지도부 그리고 윤핵관을 향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을 권유하며 희생할 것을 종용했다. 어김없이 윤심(尹心)도 언급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윤심(尹心)을 내세우며 압박했지만, 윤핵관들은 윤심이 없다고 보거나 무시하며 마이 웨이(My way) 중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 전환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선 인 위원장의 요구처럼 당 대표이자 윤심 핵심(?)인 김기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요구에 따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지역구를 가는데 왜 시비인가"라며 혁신위의 험지출마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도 이야기한다.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며 윤심을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 발언이 표면적으로는 윤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윤 대통령도 본인의 험지 출마를 막지 못한다고 읽히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김기현 체제로 이끌어 정치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김 대표 등 윤핵관들이 이처럼 험지 출마 거부에 나선 것은 내년 총선이 쉽지 않음을 직감했기 때문은 아닐까. 선거 결과가 여당에 좋지 않다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할 것이다. 이럴 경우 윤핵관은 존재 의미가 없다. 윤 대통령을 굳이 지킬 필요도 없다. 수평적 당정 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용산에 끌려갈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된다. 실패하면 반역이겠지만 말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와 비명계 갈등이 치열한데, 핵심은 이 대표의 거취다. 이 대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은 민주당 내에서도 회의적이다. 이 대표로서는 직을 유지할 때 본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을 대처할 수 있다. 또, 이재명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대표는 당은 물론 정국 주도권을 손에 쥐고 정치 생명력을 유지하며 차기를 대비할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여야는 물론이고 신당 세력들은 각자의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각개전투 중이다. 사진은 21대 국회의원 배지. /더팩트 DB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의회 권력을 손에 쥐어야 하는 다른 이유를 대기도 한다. 그는 "범야권의 승리도 중요하나 권력의 속성과 정당제 국가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자당의 승리를 주장해야 한다"면서 "특히 윤(석열)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놓고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통해 윤(석열)정권 심판과 계엄저지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을 언급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발언으로 읽히지만, 정치적으로 참 구식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윤 대통령, 김 대표와 이 대표에게 변수라면 제3의 권력이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대표가 가장 큰 변수다. 신당 창당은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신당과 이미 만들어진 신당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총선에서 약 30석 이상을 가져간다면 윤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 민주당도 국회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제3의 권력이다.

이들이 이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권력을 손에 넣으려는 데는 '권력의 맛'도 있겠지만 반대로 '권력을 잃었을 때의 상황', 즉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여야는 내년 총선에 나선 모든 이들이 권력 맛을 보았던 사람들이고 또, 빼앗겨 본 경험이 있다. 정치는 '승자독식'이라는 점에서 총선 앞에 선 이들은 누구보다 간절할 수밖에 없다.

총선에 나선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을 내세우지만, 실체는 '권력'의 일부라도 쟁취하려는 속성이라 생각한다. 정치생명 연장의 꿈 말이다. 내년 4월 봄, 총선 결과는 권력을 향한 이들의 꿈이 실현되는 동시에 무너지는 계기다. 그래서 내년 봄은 미래 권력의 향방을 알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전두광(황정민)이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 장면이다.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오줌보가 터질 때까지 참았던 전두광처럼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오줌보를 틀어막고 있을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권력을 손에 쥐고 두려움을 애써 감추는 이들이나 권력의 일부를 손에 쥐려는 이들이나 국민이 보기엔 사실 좀 코미디의 우스꽝스러운 등장 인물과 같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자기들만의 권력싸움에 몰두하는 것일까. 동시에 든 생각은 신군부가 대한민국 권력을 거머쥘 때 부재했거나 편승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있다. 12·12 군사 반란 이후 약 44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권력을 향유할 뿐 민생은 입바른 소리에 불과하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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