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지도부 총력' 강서구청장 선거, 져도 좋다고요?


여야, 강서구청장 선거 과할 정도로 총력전
내년 총선 민심 바로미터 전망 속 지도부 교체 속내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1일 치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는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당락에 따라 지도부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장윤석 인턴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여야 중 어디가 먼저 비대위로 가는지 눈치 싸움 중인 것 같다. 여야 중 어디라도 비대위로 간다면 다른 당도 비대위 체제 전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지금 지도부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정치권 인사를 통해 전해진 여야 일각의 속내가 흥미롭다. 오는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쇄신을 위해서는 패해도 좋다는 분석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 선거 유세를 보니 여야 지도부는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게 느껴진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청장 선거치고는 지나칠 정도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여야는 표면적으로 내년 총선을 점쳐볼 수 있는 선거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지도부와 비주류 사이에 질 경우을 대비한 많은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먼저 여당은 당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광복절 특사로 사면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후보를 공천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김 후보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다. 김기현 대표는 김 후보자가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보궐선거를 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내년 총선도 용산의 입김에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용산과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왼쪽에서 네 번째)와 당 지도부는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구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박헌우 기자

민주당도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속셈은 복잡하다. 이 대표는 병상에서 투표를 독려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이 대표는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보궐선거가 김태우 전 구청장의 유죄로 치러지면서 민주당에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사당화 등이 다시 고개를 들며 사퇴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 대표와 친명계는 반드시 선거에서 이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 등을 고려하면 여당과 마찬가지로 선거 패배를 통해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상 매주 재판에 출석하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러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검찰 탄압'이나 '정적 제거' 프레임에 대한 피로감은 물론, 재판 출석으로 이 대표가 총선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진교훈 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운데)가 4일 강서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정당의 선거 패배는 뼈아프다. 후보 당사자는 물론 당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여야 일각에서 선거 패배를 쇄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내년 총선은 분명 '정권안정론'과 '정권견제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의 밑바닥 정서를 보면 리더 교체를 통한 정치 쇄신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현재 여야 지도부가 그만큼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여야는 공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여당일지 야당일지는 11일 이후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야 정치권에 쇄신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고, 그 방향은 누군가를 위한 '충성 경쟁'이 아닌 '국민'으로 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cuba20@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