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집권여당 후보들 보이지 않는 호남권 총선


자격미달 후보 구색 맞추기 출마 반복선 안돼…이정현‧천하람 선전 교훈 삼아야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은 전남에도 보수정당이 뿌리를 내려야 발전한다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더팩트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올림픽 대회는 1위~5위권의 몇몇 스포츠 강국들이 메달을 싹쓸이 하는 게 사실이다. 특정 종목에서 뜻밖의 결과가 도출돼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부 국가들의 메달 독과점 흐름이 대세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전혀 메달권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종목에까지 꾸준히 선수들을 출전시키고 있다. 세태어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긴 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의 결실을 위해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세계 기록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국내에서 선발된 유망주들의 국제대회 참여는 성장의 큰 동력이 될 게 분명하다. 당장의 결실에 매달리지 않는 이 꾸준한 투자는 조금씩 성과를 일궈내고 있기도 하다.

메달권 진입이 우리에겐 늘 아득해보이던 수영과 육상 종목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새 희망을 만들어냈다. 수영에서 6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22개의 메달을 확보, 대한민국 수영의 새 시대를 열었다. 육상 400미터 남자 계주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37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초라함을 무릅쓴 시작이 없다면 빛나는 결실도 없다. 이 진리는 비단 스포츠에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인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 나설 후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의 경우 8개 선거구에 거의 50여 명이 넘는 출마 예정자들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전남의 선거구도 대동소이하다. 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에 출사표를 내민 국민의힘 이정현 전 의원과 순천갑 선거구의 천하람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여당 후보 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정현 전 의원과 천하람 위원장은 지지율 조사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힘 불모지 호남의 정치지형을 고려하더라도, 국회 다수당을 경쟁하는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후보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기형적인 국면이다. 최소한 비례대표 의원 확보를 겨냥해서라도 득표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들을 돌이켜봐도 한나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맥을 이어온 보수 정당은 그때마다 호남을 버린 카드로 여기는 선거전을 치러왔던 게 사실이다. 경쟁의 구색만 갖춰보자는 이 안일함은 자격미달의 후보를 내세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역 유권자들이 ‘듣보잡’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들 자격미달 후보들 또한 득표수를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낙선 후 논공행상만을 기대하는 듯한 무성의한 선거전을 치르곤 했다. 물론 이들에겐 공공기관의 감사 임명 등 적절한 보상이 관행처럼 돌아갔다.

보수 정당이 호남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는 이 같은 선거풍토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척박한 선거구지만 인물을 제대로 내세운 노력의 결실도 없지는 않다. 이번 총선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전 의원의 당선 전력이 그 증거다.

이 전 의원은 보수정당 불모지 전남에서 19대, 20대 선거에서 승리해 2선을 했다. 지역발전 공약을 앞세우고 자전거로 선거구를 샅샅이 누빈 그의 치열한 선거전은 지금도 지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TK의 심장 대구 출신이지만 전남 순천에 오래도록 둥지를 틀고 꾸준히 정치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천하람 지역위원장(순천 갑)이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과 오차율 내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당 지지율이 비록 초라할지라도 유권자들이 인정할 만큼 자격을 갖춘 후보를 세우고 전력을 다 쏟는다면 빛나는 결실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메달은 하루아침에 목에 걸 수 있는 영예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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