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다시 한번 정치적 기로에 놓였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체포동의안을 국회 표결을 앞두면서다. 그가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한 지 22일 만이다. 표결 결과에 따라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도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대북송금·백현동 의혹'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민주당은 속내가 복잡하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 포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약속을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부결시키는 것도 부담이다. '방탄' 프레임에 또 갇힐 수 있어서다.
이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가결 목소리도 나온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부결'이 아닌 '가결'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0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지난 2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대부분 또 가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이 온 지난 2월 표결 결과는 친명계에게는 충격이었다. 당시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민주당 의원 전원(169명)이 참석했지만, 반대표가 138표에 그쳐 당내에서만 최소 31표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경험이 이 대표를 안심할 수 없게 한다. 변수라면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한 '동정론' 정도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불체포 권리 포기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동정론에 따른 체포동의안 부결 명분으론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다른 명분으로 이 대표나 민주당이 '국회 비회기 중 영장 청구'를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정도다.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는 이 대표도 20일 SNS를 통해 이점을 강조하며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 중 영장청구가 가능하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다"며 "그러나 검찰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굳이 정기국회에 영장을 청구해 표결을 강요했다. 저를 감옥에 보낼 정도로 범죄의 증거가 분명하다면 표결이 필요 없는 비회기 중에 청구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검찰은 지금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며 당내에서 스스로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 겁박과 야당 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 명백히 불법 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요청했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단식 중인 이 대표 발언에 민주당 이탈표가 방지될지는 의문이다. 결과를 봐야만 알 수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이 아쉬운 건 검찰의 정치공작이며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면 체포동의안 가·부결에 이럴 필요가 있을까.
없던 죄가 만들어질 수 없고, 검찰 역시 결과에 따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 대표나 검찰이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이 대표에겐 그의 주장처럼 '없는 죄'가 최고의 무기라면 '가결'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