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혁신' 실종, 길 잃은 민주당의 정치


방향성 '실종', 구설수 '지속'…총체적 난국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지만, 그마저도 단서를 달았다. 2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고심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현직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쇄신'을 위해 띄운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제대로 된 혁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위해 제시한 몇가지 안은 이게 과연 혁신안이 맞는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속 정치인들의 행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민주당은 변화와 반성은 없고 기득권과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비치고 있다. (중략)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윤리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6월 20일 김은경 혁신위원장 1차 혁신기구 회의 발언)

김은경 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1호 혁신안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내부 반발에 25일 만에 어렵게 의원총회에서 추인됐습니다.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달아 실제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지 않을 여지를 남겼습니다.

민주당의 다음 행보를 보면 그 여지는 더 커집니다. 혁신위는 최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재명 대표는 "책임정치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호응했습니다. 기명 투표는 책임정치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습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기명 투표를 제안한 것은 방탄을 위해 내부 단속을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스스로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실제로는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검찰의 반인권적 조작 수사 및 거짓 언론플레이 중단을 촉구하며 입장을 밝히던 당시. /뉴시스

24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하면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규탄했습니다.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 조건에 부합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검찰 수사 규탄, 기명 투표로의 전환 시도 등 일련의 흐름은 또다시 방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광역시에 '호우 경보'가 발령되고, 수해가 속출하던 시기에 유럽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박정·윤준병·최기상 의원은 국내에 집중호우가 내린 시기에 베트남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논란이 일자, 25일 오전 조기 귀국했습니다. 특히 박 의원은 수해 입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고, 귀국하자마자 "신중하지 못한 처신에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해 골프'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세간의 질타를 받았던 게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잇달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해 속 해외 출장을 떠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 수해 중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한 민주당으로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능력·무기력한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말뿐이고, 구설수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수와 실책을 되풀이하는 건 진정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실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입니다. 민주당은 지금 환골탈태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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