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김은경 혁신위’에 바라는 호남의 기대


독과점 굴레에 묶인 호남의 기형적 정치구조 타파하는 '혁신 공천' 시스템 마련해야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출범했다. 호남인들은 혁신위가 공천=당선이라는 독과점 굴레에 묶인 호남의 기형적 정치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획기적 인물 선발 시스템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20일 첫걸음을 뗐다. 이날 첫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첫 의제로 논의했다. 김남국 코인투자 사건도 거론됐다. 당의 도덕성 실추 문제를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의 첫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당내 모 현역 의원이 계파가 안배된 혁신위원 추천 명단을 올렸지만 김 위원장이 단칼에 거절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잘한 일이다. 현역위원을 안배해 계파의 이해를 두루뭉술 버무리는 혁신위라면 어떻게 그 이름값을 할 수 있겠는가? 당리 당략을 떠나 무엇보다 우선해서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져 안도감이 느껴진다.

민주당의 혁신위 출범은 여러모로 지지 세력의 공감을 얻을 측면이 많다. 우선 ‘적대적 공존’이라는 국민들의 냉소에서 비켜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집권여당이 국정운영의 주체적 역할을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또한 반사이익에만 기대다 보니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누가 더 나쁘냐’는 퇴행적 키재기 프레임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혁신위 출범은 총선 전략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정부 출범 2년째를 맞았지만 국민의힘은 국정운영의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파문, 김건희 특검, 경제지수 악화 등 다가설 악재도 많다.

이 때문에라도 검경을 우호세력으로 등에 업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리적 문제를 들춰내는 사법리스크로 민주당을 집요하게 몰아세우는 전략을 총선 국면까지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 불을 보듯 빤하다. 또한 이 도그마를 극복하는 가장 유효한 전략은 혁신을 내세운 엄혹한 자정을 통해 윤리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호남인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김은경 혁신위가 "현역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하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한 점이다.

호남정치가 민주당의 독과점에 함몰돼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은 한 두 차례 거론된 사안이 아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로 함축된 독과점 체제는 결국 의원들의 독선과 오만을 부추겼고, 시민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중앙당의 당권구조만 바라보는 기형적 행태가 반복돼왔다.

최근 돈 봉투 사건 의혹에 상당수의 호남권 의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신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힌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해명의 말 한마디 내놓지 않고 있는 게 극명한 사례다. 지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권리당원 긁어모아 경선만 승리하면 된다는 태만한 정치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그릇된 인식은 호남정치의 퇴행으로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자기발전을 위한, 또는 정치경쟁력 신장을 위한 의원들 스스로의 그 어떤 노력의 자세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오직 적대적 관계에 있는 정치세력을 탓하고 비난하는 깃발만 앞세우는 일로 정치의 모든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때가 많다. 지역정가에 회자되는 ‘DJ 이후 호남정치는 없다’는 말은 바로 이같은 호남정치의 무력함을 개탄하는 지적이다.

민주당 현역의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혁신위가 공천 룰까지를 손댈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혁신위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논란이다. 총선이 다가서며 현역의원들의 혁신위 흔들기는 더욱 거세질 게 빤하다.

공정한 선수 선발 규칙 없이 좋은 경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내세운 ‘이기는 민주당’ 구호도 공허해진다. 이런 측면들을 두고 볼 때 김은경 혁신위의 가장 핵심적인 과업은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세우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여기에 호남인들은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을 것이다. ‘나무막대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민주당 독과점 체제의 굴레에 묶인 호남의 기형적 정치구조를 타파하는 제도까지를 마련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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