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검찰출두 앞둔 이재명...민주당의 선택은?


'열린 리더십'만이 주요 국가 현안에 긍정적으로 작용
'닫힌 리더십'의 ‘단일대오’나 ‘결집’보다 '교토삼굴'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문재인 전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고문은 새해 첫날 당 신년인사회에서 "토끼는 영민한 동물이고, 늘 준비하고 특히 굴을 세 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토끼해인) 올해는 아무쪼록 우리도 영민한 토끼 닮아서 플랜2, 플랜3 해서 대안 마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원론적인 의미일 수도 있지만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우려를 코 앞에 맞닥뜨린 민주당에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부터 나왔다. 작금의 민주당 상황에서 볼 때 누구에게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해 플랜B와 C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리라고 본다.

이어진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문 고문은 "교수협의회의 2022년 사자성어가 ‘잘못된 자가 고쳐야 한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였다"며 "정부 여당에도 해당하지만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이어간다.

이틀 뒤인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문희상 고문을 출연자로 초대한다. ‘교토삼굴’ 의 의미를 재차 물어본다. 그러자 "항상 미래를 대비한 대안들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올해가 토끼해이고 토끼의 장점이 그런 대안을 마련하는 영민함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얘기했다. 그건 내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여운은 짙게 남는다.

"뜻밖에 다른 해석이 요즘 있는 것 같다" "분리대응, 단일대오 등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의 다양한 대응방식도 모두 ‘교토삼굴’에 내포돼 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당 내에서 그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이어진 말들도 곱씹어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구랍 31일 공개한 신년사에서 "검찰정권의 야당파괴, 정치보복 폭주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권력을 정권의 사적 욕망을 위해 악용하는 잘못을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부터 성남FC 후원금 비리, 변호사비 대납 등의 자신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새해에도 ‘정치보복, 야당탄압’ 프레임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신년사가 이렇다면 올해 이재명의 민주당이 갈 길은 정해진 듯 하다. 통합·화합이라는 그의 대국민 행보가 무색하다. 새해 첫날 민주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도 "정치는 없는 것도 만들어내며 새로운 길,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더욱 다진다. 검찰 출석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총공세’로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새해 첫 행보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찾은데 이어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이들의 정신을 이어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민주당이 민생경제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전한 말이 설령 격려와 덕담 수준의 애기였을지라도 이 대표에게는 자신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힘을 실어주어 주는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로 비쳤을 것 같다.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노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표의 신년 벽두 발언은 당 내외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속내를 애둘러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적절하다. 당내 다양한 계보를 아우른 통합과 화합으로 포장된 '단일대오' 즉 '방탄'에 무게 추가 쏠리는 행보인 셈이다. 민주당 전임 대통령들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한 것도 연장선에 있다. 덕분에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내의 다양한 우려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수면 아래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머지않아 그 우려는 어떤 형태로든 분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다. 먼저 이 대표 행보에 대한 지지층의 호응은 합격점이라고 해도 전체적인 국민여론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검찰의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여론이 이 대표 편에 우세하게 서 있을지 미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구랍 27~29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해 ‘실제 비리가 존재할 것(47.4%)’이라는 응답이 ‘당에 대한 정치보복 성향이 크다(44.4)%는 응답을 오차범위 내지만 앞서가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p).

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가시적으로 나오면 사퇴에 대한 당내 기류가 더욱 거세질 테고, 애매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현재처럼 부글부글 끓긴 하지만 발화점을 넘지는 않은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의원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상황은 검찰에 손쓸 새도 없이 당하는 경우다. 만약 검찰이 수사 속도를 조율해 2024년 총선 직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과 기소가 이뤄지도록 한다면 민주당은 비대위를 구성해 대응할 시간적 여유조차 갖지 못한 상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시간은 민주당 편이 아닌 것이다.

마냥 출두나 소환을 미룬다고 상책은 아니다. 여기에 이 대표의 리더십 논란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진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방어에 여념이 없는 탓이 크다고 본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민생을 비롯한 정책 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사이다’는 사라진지 오래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오로지 ‘결집’이고 ‘단일 대오’만 강조하는 듯하다.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내부 동요를 진정시켜야 하기 때문일까? 잘못된 선택이다. 무조건적 ‘결집’이나 ‘단일 대오’에서 벗어나 다수 의석이라는 다양성의 힘으로 국가 현안에 대해 확장중심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리더십이 또 문제가 된다. '열린 리더십'만이 주요 국가 현안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사법 리스크'라는 어려운 문제의 해답은 예각을 세우고 움추려드는 '닫힌 리더십'의 ‘단일대오’도 ‘결집’도 아니다. 문 고문이 말한 ‘교토삼굴’의 지혜가 민주당이 바라는 정답을 명쾌하게 가리키고 있다.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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