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으로 분당될 때 호남계 의원으로 국민의당에 몸을 실은 이후 6년 만의 복당이다.
복당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 본향인 전남도 지역위원회를 별 탈 없이 통과했지만 중앙당 심사에서 곤욕을 치렀다. 끝까지 복당을 반대하던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이 "사람 쉽게 안변한다. 그래서 반대한다"는 논리를 폈을 정도로 당의 불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전 원장의 지난 6년간의 정치행보는 그런 비난을 자초할 만하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홈피에 분당 이후 국민의당에 몸을 실은 후 박 전 원장이 친정인 민주당을 공격한 수십 개의 기사를 링크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은 극악스러울 정도였다. 내로남불 표본 인간, 이중인격자, 국민은 친문패권의 식민지 등등 모욕스런 언급들이 하루가 멀게 박 전 원장의 입에서 쏟아졌다. 경쟁 정당인 국민의당 소속 의원으로서 당연히 할 만한 비난이라는 상식선을 넘어섰던 게 사실이다.
그 같은 정쟁의 상처가 남긴 감정의 응어리가 산처럼 쌓여있을 터인데도, 매몰찬 저격수 박지원을 국정원장에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처사를 기자는 지금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좋게 말하면 바다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고, 험담을 하자면 밸도 없는 무량태수이다.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였던 정청래 의원 입장에선 뼈에 사무치는 기억일 수밖에 없다.
어떻든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두고 반반으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진 최고위원회의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복당을 결정했다. 집권여당과 치열한 백병전을 치르고 있는 비상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측면이 짙다. 민주당 입장에선 전선을 지킬 한명의 소총수라도 아쉬운 국면이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다양한 보도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빅 마우스’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다. 진보계열 유튜브 방송의 단골 초대 손님으로 주가도 치솟았다. 탁월한 정보력에 정국을 바라보는 직관도 예리한 데다 입심까지 좋아 구독자들의 입맛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3김에만 허용됐던 ‘정치 9단’이라는 호칭도 이제 그의 전유물이 됐다.
결국 양 진영이 격돌하는 정쟁의 격랑 속에서 ‘빅 마우스’로 윤 정권 공격의 거포가 된 박 전 원장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지난 분당사태의 주범이라는 불신을 삭히고 복당을 받아들이게 된 현실적인 동기가 됐을 것이다.
이제 박지원 전 장관의 당원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당의 불신의 벽은 가까스로 넘었지만 의혹의 눈길마저 완전히 거두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 당료들은 여전히 또 다른 정치적 욕망의 발톱을 숨긴 귀환이라는 의구심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박지원 전 장관은 DJ의 적자였고, 또 DJ를 오랜 세월 지지했던 호남인들이 키운 정치인이다. 그러나 근래 몇 년 동안 ‘조석변개(朝夕變改)’의 정치행태를 보여준 까닭에 호남의 지지자들은 이제 박 전 원장을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박 전 원장은 최근 ‘지금 DJ라면’ 이라는 주제를 들고 전남 일대를 돌며 지방강연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난국을 DJ라면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를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의 행보로 여겨진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그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을 얘기하기에 앞서, DJ라면 박 전 원장의 지난 행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스스로 되물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이다.
박 전 원장은 호불호를 넘어서서 정치9단의 지략을 갖춘 정치원로로 자리매김 됐다. 이제야말로 아침과 저녁이 다르지 않는, 호남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정치원로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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