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의 민주당, 다수의 오만인가 다급함인가


‘일사불란 단일대오’가 ‘이재명 구하기’'사당화'로 비쳐
재개한 '민생 행보'서 ‘사법리스크' 발언, 의혹 부추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 청주M15 공장을 찾아 경영진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청주=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정국이 꼬일대로 꼬여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좌우이념 갈등 속에서 그 극단성이, 이른바 ‘독하고 모진 성향’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 탓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수용하고 그의 리더십 등을 따져 지지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오로지 진영 논리에 매몰돼 좌우를 돌아보지 않는다. 행동자체도 비합리적이다. 싫다는 이유 하나로 대통령까지 부정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심지어는 같은 진영임에도 지지 대상이나 의견과 다르면 갈등 조장을 서슴치 않는다.

'팬덤정치'를 하는 이른바 ‘빠’ 정치인들이 부상한 이후 그 징후는 두드러지고 있다. ‘빠’정치인은 당연히 ‘빠’들에게 편승하고 ‘빠’주변 정치인들도 그‘빠’나 그 정치인에게 한 다리 걸치고자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단일대오 일사불란'이 여기서 출발한 것 같다면 잘못된 생각일까?

거짓으로 밝혀진 김의겸 민주당 의원 제기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 이후 지난달 말 실시한 데이터리서치의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이 가짜뉴스를 더 확산시키는지’를 조사한 결과, ‘동의한다’가 58.0%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38.9%로 집계됐다.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가 사실여부를 떠나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대응’에 대해서는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86.4%나 됐다. 이 설문조사의 응답률은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국민들의 상당수가 국회의원들이 소속당이나 소속 계파의 이익이나 목적에 부합한다면 양심까지 속이려 한다고 믿는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단일대오’나 ‘올인’ ‘일사불란’이 단합, 단결 등 긍정적 의미 보다 다른 저의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는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 예산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해임안 강행에 반발해 국조특위 위원직을 전원 사퇴했다. 어렵게 합의한 국정조사가 출발도 못 하고 좌초할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양보로 국정조사 카드를 손에 쥔 채 느닷없이 이 장관 해임안을 꺼내 들면서 빚어진 일이다. 국정조사로 실상을 가리자면서 조사 핵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해임하려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임안이 진실과 책임의 문을 여는 출발"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실태를 파악해 하루빨리 재발 방지책을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이보다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참여연대,민주노총,진보당이 구성한 시민대책회의 등과 세월호 참사 이후처럼 반정부 연대를 재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참사의 정쟁화가 우리 모두를 피폐하게 했는지 뼈저리게 겪었는데도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 합의 마지노선이 15일인 내년 예산안도 민주당의 손아귀에 들어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합의가 안 되면 독자적 수정안을 내겠다고 으름장이다. 국민의힘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인 듯 하다. 이 사안 또한 이재명 대표의 발언처럼 다수의 ‘일사불란’으로 간다면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초 야당 예산안 통과라는 국회사를 새롭게 쓰게 될것으로 여겨진다.

국민보다 민주당이 먼저인 이 같은 ‘선당후민(先黨後民)'은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보다 자칫 국민을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종국에는 ’당보다 이재명 대표가 먼저인 '선이후당(先李後黨)'의 전근대적 정당이라고 정부여당을 비롯한 상당수 국민들은 의혹을 눈길을 보낼수도 있다.

물론 민주당 ‘단일대오 일사불란’에는 ‘이재명 구하기’와 연관이 없이 오로지 국민들을 위한 행보가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스스로가 ‘사당화’와 ‘이재명 구하기’란 국민적 의심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하고 있어 당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지난 13일 재개한 ‘민생 행보’도 그렇다. 대전 유성온천 인근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이 대표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사법리스크는 ‘(대선) 준비 부족’의 사유 중 하나"라고 에둘러 말한다. 아울러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걱정을 했느냐"며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에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고 검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대장동 문제로 인한 검찰의 주변 수사와 압수수색 등을 가리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최소한 정진상 김용 등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 기소된 부분에 대한 유감이라도 표명했다면 모를까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생 관련 애기를 하고 시민들 여론을 경청하면 된다. 14일 청주에서도 이를 되풀이 했다. 지지자 집결을 위해서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남윤호 기자

물론 정부여당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적지 않다. 결국 예산안 처리와 맞물린 이태원 참사 수습에서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지 40일이 넘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난 인사가 없다. 이에 반발한 유족 89명이 협의회를 결성하자 권성동 의원은 이에 대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실언까지 했다.

정치적 책임 및 수습 전략 부재로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의 해임 건의안 강행을 자초했고 이유야 어쨌든 민주당의 수정예산안 독자 처리 상황까지 불러왔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만 보인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최근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40% 넘겼다는 애기도 들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 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자신들의 정국운영에 ‘도깨비 방망이’가 되기만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심하다. 민주당이 이를 보고 그런지도 모르겠다.

거짓 되고 나쁜 의도의 일은 비밀리에 아무리 정교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포장되었다고 해도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만에 하나 다른 이들이 끝까지 몰랐다 해도 스스로의 양심은 결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독하고 모질며 교활함으로 순간을 버티고 넘긴다 해도 정쟁의 수단으로 길게 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선택이나 전략적 결정이라는 허울을 씌워 거짓이나 나쁜 의도들을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총선 등 각종 선거일을 앞두게 되면 역풍을 호환마마보다 더 두려워한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역풍이 무섭지 않다. 역풍은 국민을 기만한 거짓되고 나쁜 의도의 그들만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여야가 지난 여름부터 한 일은 잘 알고 있다. 특히 국민 다수는 이제부터라도 국민을 위해 일을 잘하고 올바르게 해나가는지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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