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좋지 않다. 검찰의 서슬 퍼런 칼끝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어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여론을 등에 업어야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대장동 특혜 의혹만 방어해야 한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그나마 수월(?)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방어해야 할 처지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지켜야 하는 민주당 상황은 누가 보아도 어렵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야말로 영어로는 딜레마(Dilemma), 사자성어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22일 구속됐다. 김 부원장은 소환 조사나 요구도 한 번 없이 구속됐다. 범죄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고,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남욱 변호사에게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김 부원장은 24일에도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있다.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8억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9일에 이은 24일 김 부원장 사무실이 있는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검찰 압수수색과 수사에 단일대오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나 균열 조짐도 보인다. 당내 일부에서 이 대표나 김 부원장 개인을 향한 수사에 당차원 대응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 대표나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이 문제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측근 김 부원장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작년 대선 경선할 때 20억 원 달라고 해서 (김 부원장에게) 6억~7억 원 정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부원장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해 거침없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이 대표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회유당해 거짓진술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문제는 이 대표의 주장이 무너지는 경우다. 민주당엔 최악의 상황이다.
민주당의 고민은 또 있다. 바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향할 수 있다. 지난 22일 법원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내줬다. 각각 증거인멸,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로, 수사 진행을 위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 씨의 자진 월북 판단에 위법이 있었다는 입증이 이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서 전 장관은 이 씨 피격 사건 당시 월북 정황과 맞지 않는 정보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고 합동참모본부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김 전 청장은 충분한 증거 없이 이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제 검찰의 다음 수순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 시도를 볼 때 검찰 직접 수사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점점 구체성을 드러냄에 따라 민주당의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현재 상황에서 윤 대통령 퇴진 명분은 약하다는 것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는다. 또 김 여사 특검은 이 대표 수사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일종의 여론전인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선택의 기로(岐路)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내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지만,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에서 이미 불거졌던 이 대표 개인 문제라는 점도 단일대오 지속성에 물음표가 따른다. 심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영 전 의원이 24일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론 그러한 단일대오의 힘도 다수의 폭력으로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검찰의 칼과 창을 '야당탄압' '정치보복'이란 방패로 막고 있는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솔로몬의 지혜'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