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여권 내부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2024 총선 차출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무대 데뷔를 재촉한다. 지난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출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그런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현재’라는 발언은 내후년 총선에 출마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낳았다.
지난 18일 친윤계인 유상범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그날 한 지상파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의 안정적 지지세를 받고 국정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실 운영, 각 행정부처 운영이 자리를 잡는다면"이라는 단서는 달긴 했다.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조건부 차출론'은 빠르게 ‘조건 없는 차출론’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최형두 의원은 같은 날 다른 라디오방송에서 "국무위원들 중 평판이 높은 장관들이 물망에 오를 것이며 선거는 치어리더 같은 분이 나와서 분위기를 확 이끌기도 한다"며 "(한 장관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무조건 (총선에) 나간다"며 "당에서 그런 자산을 놔둘 수가 없고 본인이 안 나간다고 하더라도 당에서 내보낸다"고 예측했다.
조수진 의원은 19일 지난해 6·11 전당대회 때 ‘이준석 돌풍’을 거론하며 "총선에서는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젊고 유능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그 상식·공정 이런 가치를 담고 있는 사람이 진두지휘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을 보탠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가급적 총선에 참여해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의힘 전반적인 내부 분위기가 한 장관의 정치참여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하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과 이준석 전 대표의 대체재로만 보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인물난’에 따른 대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참신함을 바탕으로 깔끔한 외모와 조리있는 언변에다 자신감까지 넘친다. 국회에선 국회의원들의 지적이나 비난 등 다툼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자잘한 말싸움에서도 지지 않으려 한다. 되레 훈계하거나 되받아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기본적 예의도 갖추지 않은 무례한 모습’ ‘근거없는 자신감’ 등 "일국의 국무위원’으로 볼 수 없다"고 비하하지만 보기 나름이다.
본인의 의사를 떠나 여권 입장에서는 ‘맞춤형 카드’다. ‘일타쌍피’가 아닌 3~4피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는 속셈이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유승민·이준석 견제를 위한 내부용으로도 좋고 ‘윤심’을 대변하면서도 제 1당을 위한 수도권·중도층 표 확보에 흡인력있는 마땅한 인사가 당내에는 없어 대외용으로도 적격이다. 한 친윤계 의원이 "한 장관은 이미 보수층에서 팬덤이 형성돼 있고, 윤석열 정부의 가치를 담고 있는 인물"이라며 "인혁당 피해 유족의 이자를 면제해준 것 등이 진보층에도 긍정적으로 인식됐다"고 호평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은 비례대표든 수도권에 출마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얼굴마담이 될 수 있다"며 "총선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고,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8월 당 연찬회에서 의원들이 한 장관과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장관이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내 일각에서는 예상 출마 지역구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서 한때 한 장관의 탄핵 거론을 놓고 빚었던 논란은 한 장관이 우려인물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지점으로 읽힌다. 여기에 ‘검수완박 무력화(?)’에다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조작(?)’의 장본인(?)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전쟁 같은 경쟁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 처지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1순위 위험 인물(?)이 한 장관이라는 점도 감안한 듯하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한동훈 죽이기’에 나서는 데는 차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까지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게 국민의힘 측 분석이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정치는 물론이고 국민의힘에 몸 담겠다고 한 적도 없다. 검찰총장 시절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적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조차도 한 장관처럼 대선을 5년 앞둔 시점에 이만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절반의 데자뷰’가 생각나는 부분도 있어 더더욱 불편하다.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실패와도 일정부분 닿아 있다.
조국 전법무부장관과 한 장관을 대비시키는 대목도 국민의 힘으로서는 호재다 . 둘은 대중에 첫 선을 보일 때의 상황과 여건 등도 묘하게 닮아 있다고 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까? 조 전 장관 역시 외모나 학력, 경력, 대통령의 최측근, 개혁의지에 대한 기대 등 당시 민주당 최고의 성장주로 각광받았다. 지금의 한 장관과 같다. 다만 조 전 장관은 청문회 전후로 드러난 의혹으로 배우자와 자신까지 재판정에 서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한 장관은 더욱 날개를 단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내세워야 할 카드다.
한 장관에 대한 여권의 구애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지만 본인은 당분간 장관 업무에만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분간 좌고우면(左顧右眄) 없이 장관 업무에만 충실하지만 차기 총선에는 (곧바로 대선에 나선) 윤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반드시 출마를 할 것으로 여겨진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출마와는 관계가 없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조선제일검’이라는 한 장관의 또 다른 시험 무대는 자의든 타의든 차기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의 국민의힘 성적표도 한 장관 어깨에 달릴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내홍과 민주당과 이전투구만 해온 집권여당의 한계인 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