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尹대통령 퇴진" 민주당과 '지우책인명'


민주당 지도부 발언...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전략 아니길
언급할 가치 없다는데,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데 왜

최근 윤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심상찮다.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안보 문제를 고리로 윤 대통령 탄핵 언급까지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은 도어스테핑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특정 직위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로 ‘퇴진(退陣)‘ '사퇴(辭退)’등이 있다. 퇴진은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를 말한다. 하야(下野)’라고도 한다. 능력이 없거나 국민적 반대로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이 없을 경우나 혁명이나 반란이 발생하여 실권을 상실하게 된 경우에 이루어진다.

우리도 하야를 선언하고 퇴진한 대통령이 3명 있었다. 하야를 전후해서 개헌 등의 대규모 정치체제 재편이 일어났던 것이 특징이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이 그들이다. 국민적 반대로 물러난 대통령은 이승만이 유일하다. 이승만은 버티다가는 탄핵·파면당할 가능성이 높자 하야를 선택했다. 반면 박근혜는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파면당한 (여성)대통령이라는 더 큰 불명예를 안았다.

탄핵은 헌법 제65조에 규정되어 있다. 소추와 심판으로 나뉘는데 소추권은 국회에 있고, 심판은 제9차 개정헌법의 꽃인 헌법재판소에서 담당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으나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모든 법 위반을 이유로 공무원을 탄핵한다면 국정 공백, 국민 간의 갈등 등으로 국익에 반하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대통령에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탄핵을 요구하는 사유도 이와 같은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며 기각했다. 또 무능하다는 이유 혹은 측근비리 등은 탄핵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쉽게 말해 "다수당이라고 함부로 탄핵 갖고 정치적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에서 보장받은 정당한 권리지만 그 권리를 적정하게 행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정치적 책임이 따른다. 물론 새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개혁은 ‘독단과 아집’으로 여겨질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민심에 귀 기울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새롬 기자

대선이 끝나면 지지층이나 여론 지형이 재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선 당시보다 진영구도가 심화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0.73% 초박빙 대선 결과로 진영논리에 벗어나지 못한 채 대립하는 여야의 대치상황이 원만한 정권 이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정부의 소통미흡으로 인한 독단적인 이미지를 주고 낮은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은 점도 한몫 하고 있다.

직전 문재인 정부의 주류가 친 노무현계 인사들이고, 윤석열 정부 권력의 주축이 과거 이명박계 인사들이란 대목이 맞물려 과거 피해의식에 대한 앙금과 견제 심리와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진행중인 정기국감에서도 여실히 노정됐다. 이러한 상황은 국정을 책임지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부담은 물론이고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최근 윤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는 심상찮다.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안보 문제를 고리로 윤 대통령 탄핵 언급까지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 집권한 지 6개월 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이 당장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민심 한계선’으로 지지율 20%선을 꼽고 있다고 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 지지율이 10%대까지 내려가면 무엇이든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마련"이라며 "여든 야든 지지율 흐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지율 흐름에 따라 윤 대통령을 향한 야권의 총공세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2024년 총선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여기서 여권이 여소야대 국면을 뒤집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계산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전략이 아니길 바란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검찰이 대선 당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고발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직후부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박홍근 원내대표)",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한번 불행한 탄핵의 역사가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김민석 의원)" "이 나라 최고권력인 대통령의 권력도 촛불 앞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박찬대 의원) "(윤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정청래 의원)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빗대어 '또 한번 못할 것 없다'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을 제외하고는 다들 민주당 지도부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참석한 민주당 지도부./이새롬 기자

탄핵을 섣불리 추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원 개인 차원의 얘기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탄핵 띄우기‘로 비춰질수 있다. 지난 7월말부터 진보단체들도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를 전국에서 간헐적으로 열고 분위기들 조성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퇴진서명도 받고 있다고 한다.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52.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는 결과도 같은 맥락처럼 읽힌다. 일각 주장처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마음 같아선 윤 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다는 해석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전형이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그해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외면당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안다면 ’탄핵‘의 ’탄‘자도 떠들 게재는 아니라고 본다. 그해 4월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고 새천년민주당은 고작 9석만 얻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민주당내에서 이들 친명 최고위원들의 강성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내 전반적인 기류와는 결이 달라 보여 유감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기우일지 모르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 전략'은 아니길 바란다.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성경 마태복음 7장을 여는 경구는 지금 민주당을 콕 찍어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크게 나아 보이진 않다. 행태는 도진개진이나 민주당에서 대통령 퇴진·탄핵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되돌아오는 국민적 비판을 염두에 두지않고 있는 듯 하다.

내 편만 보고가는 막무가내((莫無可奈)다.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같은 당인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거론되고 국민 상당수가 나설 때 그때서야 국민들을 대신해 논의에 나서는 게 공당의 자세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율사 출신의 동료 의원의 말은 귓둥으로 듣는가?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이 누구 집 아기 이름은 아니다.

다시 민주당에 묻는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보면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이라는 귀절이 있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밝다’는 의미다. 자신의 허물은 덮어두고 남탓부터 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민주당은 똥 묻은 개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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