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윤 정권 추락'에 ‘혁신의 시간’ 놓친 민주당


대표 경선 ‘팬덤정치 ’내로남불‘ 퇴행적 구태 재현…안일한 자세, 뼈아픈 역전 불러올 수도

민주당 대표 경선이 팬덤정치 내로남불 등 퇴행적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 추락에 민주당이 혁신의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대통령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이 헌정사 최악의 수준이다. 열 분 중 일곱 분 이상의 국민이 ‘잘못하고 있다’고 하는 판이니 동력은커녕 군불 때기도 힘든 처지다.

원인은 무엇일까? 인사 실패, 검찰 측근 출신 국가요직 중용, 내분 조장 윤핵관 , 김건희 리스크, 각료 무능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들을 각급 미디어들이 하루가 멀게 앞 다퉈 제시하고 있다. 다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그래서 기자는 여기에서 ‘정치인 윤석열’ 이라는 관점에 집중해 한 가지 핵심 맹점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윤 대통령은 '가까스로' 대권을 쥐었다는 팩트를 언제부턴가 망각한 듯 싶다. 아니 어쩌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자각이기에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애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원숭이 나무에서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심리적 대기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을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 더구나 그 절반의 국민들이 지지했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을 집권초기 정권운영 기조로 삼았으니 지지율 추락은 불을 보듯 빤했다.

휴가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오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풀이 죽어있는 게 역력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살피겠다는 진일보한 언급을 도어스테핑에서 남겼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때맞춰 폭우 피해까지 발생해 ‘자택 상황 대처’가 여론의 입방아에 올라있다.

또한 국민대 논문 표절 사건이 촉발시킨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확대 일로에 놓여있다. 봉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뿐더러 학계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번지며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통치의 기반 세력인 집권여당의 분란이 또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니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호랑이도 힘이 빠지면 물 것이 달겨든다'는 세태 풍자가 있듯이 대통령 주변의 상식 밖 사건들은 여과의 절차도 없이 더욱 많아질 공산도 크다.

거대 야당 민주당도 때를 놓칠세라 총 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 꼭 민주당의 호재이기만 할까? 기자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민주당의 ‘혁신의 시간’ 상실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선거에 이기고도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야당은 패배에 따른 성찰의 시간은커녕 취임 100일도 안된 윤석열 정권 공격에 맹진하는 이상한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대선‧지선 패배 후 강력하게 대두됐던 당 혁신과 쇄신의 목소리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은 당의 미래에 비췄을 때 결코 이로울 게 없다.

뿐만 아니라 당 대표 경선에 맞물리며 국민들이 지적했던 ‘민주당 병’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선 패배의 핵심 동기가 됐던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으며, ‘어대명 넘어 ‘확대명’이라는 정치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극심한 진영 정치의 광풍이 민주당을 휩쓸고 있다.

육상경기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고전적 어록이 있다. 순위다툼이 아닌, 기록경신에 힘을 쏟아야 큰 선수가 된다는 교훈이다. 작은 경기에서 순위를 탐하기 보다는 꾸준한 기록 경신을 목표로 삼아야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에 있어서 기록경신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지지를 쌓아가는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민주당은 지지율이 빠진 윤석열 집권 여당의 어깨 위에 올라서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러한 태만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상황변화에 따라 언젠가는 뼈아픈 역전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국민적 공감의 축적인 기록경신의 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야당이 올바른 정치를 견인한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혁신의 시간을 놓친 제1야당의 안일함은 한국 정치의 퇴행적 양상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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