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촛불 유산' 탕진하고 다시 호남에 갇힌 민주당


시민들 투표율 37.7% 경고 불구, ‘광주 지켰다’는 한심한 지역 국회의원들

6.1지방선거일 오전, 썰렁한 광주남구의 한 투표소. 광주시민들은 사상 유례없는 37.7% 전국 최저 투표율로 민주당을 심판했다./광주=나윤상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이재명과 김동연, 두 사람만 생환하고 민주당이 6‧1선거에서 참패했다. 대선 패배 후에도 진정한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민주당에 국민들이 2차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촛불시민'의 뜨거운 염원을 동력으로 거대 여당의 아성을 이루며 지방정권까지 위임받은 '촛불유산'을 정권놀음으로 깡그리 탕진하고 민주당은 다시 호남에 갇힌 꼴로 전락했다.

‘묻지마 투표’를 한다는 민주당의 텃밭, 갖은 질시와 모멸 속에서도 촛불정권의 대주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온 호남은 이제 소주주의 초라한 처지로 민주당과 함께 침몰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기자의 메일로 민주당 소속 당선자들의 당선인사가 쇄도하고 있다. 그것들 중에는 얄미운 인사말도 있다. '지지와 성원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솔직히 시민 유권자에게 보낼 인사말은 아니다. 아니면 진즉에 이렇게 인사를 했어야 한다. 무투표 당선인이 돼 시민이 투표할 수 있는 참정권을 빼앗아서 죄송하다.

선거구가 20곳인 광역의회 11곳, 기초단체장 1곳이 민주당 공천과 함께 광주광역시에서 무투표 당선 선거구가 됐다. 시민들에게 이를 송구하게 생각하는 후보는 없었다. 어떤 후보들은 이를 무슨 영광스런 명예인 양 여기기도 했다.

타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문제를 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광주 정치의 맹주 자리를 꿰찬 민주당이 할 얘기는 아니다. 지역의 정치적 특성 상 낙선의 낭떠러지가 빤히 눈앞에 보이는데 도전에 나설 후보를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 제기할 법한 이 같은 논리는 정치다양성을 위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시범 지역으로 광주가 선정돼 첫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소아적 아집임이 드러났다. 3인~5인 선거구 기초의회 정수 전원을 공천해버렸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이를 두고 정치다양성 개혁의 파트너인 군소정당에 ‘까치밥도 남겨놓지 않은’ 얌체 짓으로 맹비난했다. 기초의회 한 석까지 탐내는, 솔직히 거대 정당이 할 짓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기초의회 다양성 정착을 위해 지난 4월 여야가 합의한 개혁입법의 취지는 색이 바랬다.

덕분에 군소 정당 후보들은 세가 막강한 민주당 공천 후보들과 혈투를 치러야 했다. 광주정치를 독식하고 있는 민주당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다. 지방 의회마저 장악하려 하는 민주당의 이 같은 독과점 욕심은 지방정권 운영을 감시하는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못하는 폐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막판에 민주당은 특별한 아젠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치 소수 야당과 같은 옹졸하고도 수세적인 이슈를 제시한 것이다.

최영태 명예교수(전남대) 이를 호남정치에 빗대어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그런 민주당에 묻고 싶다. 호남 정치에는 견제와 균형, 다양성이 필요 없는 것인가? 호남에서의 민주주의 교과서와 호남 밖에서의 민주주의 교과서가 다른 것인가?" 라고 민주당의 두 얼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어서 최 교수는 "이제는 호남정치 자체를 정상화하는 일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충고하며 지방정권의 맹주로서 풀뿌리 자치마저 손아귀에 두려하는 민주당의 몰염치를 혁신되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

37.7%, 전국 최저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음을 증거한다. 이 빈자리를 타 정당들이 새로운 정치 텃밭으로 개척해 갈 수 있을 것인지는 그들 능력의 문제이다.

어떻든 민주당은 지금의 정치 지형으로 볼 때 호남을 기병지로 다시 재건에 나서야 할 처지다. 그러나 기병지의 거류민인 광주 시민들은 이마저 신뢰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라는 기병지의 장수들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텃밭 광주라는 시민사회의 에너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등에 업고 있으면서도 이들 의원들은 단 한 번도 당이 어려워졌을 때 지략과 용맹을 발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광주의 정치인이라는 자산을 팽개치고 유력 중앙정치인의 계파에 스스로 몸을 맡겼으며, 이 때문에 민주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단 한 차례도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시민사회의 정치적 에너지를 고갈 시켰을 뿐이다. 전국 최저 투표율은 바로 그 결과이다.

이제 시민들은 경고음을 울렸고, 이 경고음은 그들이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2년 후 다가 올 총선이 어쩌면 그 디데이가 될지도 모른다.

forthetru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