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소란스럽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탓이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169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전국 정당의 틀을 갖추고 있으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 보면 전국 정당은커녕 호남 정당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에 선거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뼈아픈 결과다. 지난 5년 동안 선거에서 패한 적 없던 민주당이었으니 더욱 내부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5월 9일 19대 대선 승리를 시작으로 2018년 6월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그것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민주당은 알다시피 최근 두 차례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20대 대선, 이번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다. 승승장구하던 민주당은 대선을 내주며 10년 정권 주기도 5년 만에 끝을 맺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선거 결과가 이상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왜 패했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 초라는 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이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압승했지만, 내용적으로 더 나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난 5년간 30대 '0선'의 이준석 대표를 당대표로 선출했고, 나름 변화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2030 여성과 남성 갈라치기 등의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5년간 이어진 내로남불과 당내 비위에 대한 온정주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민주당 내부나 정치권 안팎에서 대선 패배 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어야 할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등도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민주당은 충분히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내편 감싸기에 바빴고, 돌아선 민심에 대한 반성보다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변화의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을 보면 대체로 들어맞는 듯하다.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 인순고식, 별일 없겠거니 방심하다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융통성 없이 거슬러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구차미봉은 자기 잘못을 구차한 변명으로 모면하고 미봉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연암 박지원은 병중에 아들 종채에게 이 여덟 글자를 남기며 '천하만사가 이 여덟 글자로부터 잘 못 된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졌잘싸' 비판도 결국엔 연암이 아들에게 경계하라고 가르친 '인순고식 구차미봉'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된 데는 민주당 내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강성 지지층, 이른바 '팬덤정치'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다. 어쩌면 이번 선거 패배의 쓴맛은 민주당에 좋은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민주당이 이 쓴 약을 삼킬지, 아니면 뱉을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