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6·1선거 '화두'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투표는 정의로운 사회 창조 윤리적 의무…견제기능 상실 지방의회 ‘깨시민’이 다시 세워야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가져가지 않은 선거공보물이 원룸빌딩(광주 서구 금호동) 계단에 차례로 놓여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방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광주의 선거분위기는 냉랭하다.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저조하다는 얘기다. 까닭은 무엇일까? 결과가 빤하다는 민심의 예감 때문일 것이다.

승패가 명확해 보이는 경기를 열심히 관전할 이는 없다. 광주는 격전지도 없고 단체장 1곳, 광역의회 20곳 선거구 중 이미 11곳이 무투표 당선 지역이 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쟁후보가 없는 게 우리 탓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낙선이라는 확실한 낭떠러지를 눈앞에 두고 출마에 나설 도전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게 자명하다.

선거 양상으로만 본다면 ‘민주당 텃밭 광주’는 이제 ‘민주당 독식 광주"라는 표현으로 환치돼야 한다. 지역선거, 진영 선거의 폐해이다. 지역과 진영선거의 또 다른 한편인 대구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는 지난 27일~28일 치러진 사전선거 투표율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전투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전국 투표율(20.62%)을 보인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대구시민들의 투표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지역은 전국 최저인 14.80%에 그쳤다. 17.28%로 광주가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두 지역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깡그리 지워져도 무방한 것일까? ‘인간은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정의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윤리적 활동’으로 보았다.

민주주의 정치 구현의 핵심 기능인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곧 유권자들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윤리적 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민주시민이라면 이번 선거에서도 어떤 측면으로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적극적인 투표에 나설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기자는 이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정착 여부를 그 관심의 대상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난 4월 15일 국회는 ‘지방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전국 11곳에서 시범운영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 시기 여야가 줄곧 거론해왔던 정치개혁 과제의 지극히 일부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일상의 정치’의 저자 신희섭 박사(정치학)는 이 결실을 ‘정치개혁의 시작’이라는 표현으로 무게를 실었다. 우선 주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생활정치의 측면에서나마 거대 양당 독과점 정치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가 마련된 것이다.

한 정당이 집행부와 지방정부 견제의 기능을 갖춰야 할 지방의회를 독점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의 폐해는 시민사회에서 거듭 지적돼왔던 사안이다.

현재 광주의 기초의회 의석 59석 중 46석(77.9%), 전남은 211석 중 150석(71%)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 구도는 수십 년째 이어져 내려오며 기초의회 고유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망가뜨렸다. 의원 개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집행부와 야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더더구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정치의 사유화는 의원들 간의 ‘서로 눈감아주기’ 적폐의 고리로 확대돼 지방의회는 본래의 기능이 총체적으로 망가지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는 광주시의회의 경우 시민이 뽑아준 시 의원이 의원직을 버리고 광주시의 출자‧출연기관의 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지방자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 압권은 시 의회가 그런 일탈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의결을 통해 용인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시의원을 선출한 주민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입법 자체에 시범지역 실시라는 조건이 붙어있듯이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는 입법취지가 충분히 구현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거대 정당들이 개혁입법에 합의는 했지만 그 취지의 구현에는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광주 시당은 이미 3인~4인 선거구 정수 전원을 후보로 공천해 ‘까치밥도 안 남기느냐’는 시민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현재로선 소수 정당들이 이 어려운 국면을 돌파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당이 하지 않으면 ‘깨어있는 시민’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정치사는 늘 그렇듯 정치인들 스스로의 혁신이 아닌, 각성한 시민들이 적폐의 질곡을 깨쳐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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