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JTBC 대담 文, 어긋난 '유종의 미'


5년 전 국민과 약속은 지켰는지부터 되돌아봐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문재인 5년 특별대담(25일 방송)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어쨌든 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겠다. 그 분을 발탁한 게 문제였나, 우리 편으로 잘했어야 했었나 잘 모르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냈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볼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 개인적으로도 참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이 마침내 풀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과 26일 방송된 JTBC 손석희 사장과 특별대담에서 그 생각을 먼저 드러냈다. 물론 민주당 인사들의 생각도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싶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손사장의 국민적 관심사였던 여러 질문들에 대한 물음에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의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을 사는 ‘영끌’ 때문" "부동산 가수요를 불러일으킨 구조적 원인을 함께 봐야 온당한 평가가 된다"는 게 부동산 정책 실패 여부 대한 답변이었다.

인사검증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를 하지않았다. "수사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인원이 얼마 안 되는 청와대 검증이 완전무결할 수 없다." "(청와대의)1차 검증 이후 언론과 국회 청문회가 다음 단계 검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청와대의 검증 실패로 볼 수 없다."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 하고 임명 강행한 장관이 30명이 넘는다’는 질문은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사례 많다는 게 특별히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 넘겼다. '5대 임명 불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 대목에서는 야당의 검증 태도를 문제 삼았다. "지금 눈높이와 다른 시대를 산 분들에 대해 도덕성 검증에만 너무 매몰돼 정치화되면서 망신주기 청문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후 국회를 나서면서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더팩트DB

‘조국 전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사를 했을 거란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은 단정하지 않지만 당시 수사에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인이 주도한 수사에)목적이나 의도에 포함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담 내용 전반이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대통령인수위 대변인인 배현진 의원은 "본질을 생각해 보면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논쟁이 주목되고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절 검찰 뿐 아니라 경찰, 국세청 등 정부부처 모든 권력 기관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 국민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한 배경도 그 때문"이라고 나름 해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오후 6시에 청와대를 떠난다. 다음날인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권력은 새롭게 바뀐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만감이 교차할 수 있다.그렇지만 이런 발언이 후련할지는 몰라도 본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본다. 열렬 지지층의 환영은 받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믿는 가치가 외부의 현실과 충돌하게 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싸한 이유를 찾게 된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방어기제를 합리화(Rationalization)라고 부른다. 인간은 원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유리한 인식체계를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은 비판을 받는다. 개인의 생존에만 유리한 이기적인 유전자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 밈(Meme)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를 기대하고 모아진 권력(權力)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에게 위임한다.

권력의 권(權)은 저울추다. 저울추는 전통적 형태의 저울대의 한쪽에 걸거나 저울판에 올려놓는 일정한 무게를 지닌 쇠다. 물건의 무게에 따라 저울추를 힘으로 바꾸거나 위치를 이동시키며 정확한 무게를 잰다. 하지만 저울의 완성은 형(衡). 중심을 잡아주는 저울대에 있다. 저울대의 기울지 않음, 즉 평(平)은 저울의 가치를 말한다. ‘평형’이 ‘권력’의 움직임에 대한 합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통합과 공존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의 일부다. 취임사는 시대 정신을 담고, 미래 전망도 제시하는 것으로,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로 충만했다. 하지만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했다.

시경(詩經) 대아(大雅)탕(蕩)편에 "처음이 있지 않은 것은 없지만 능히 끝이 있는 것은 적다’(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는 구절이 있다. ‘처음은 누구나 노력하지만 끝까지 계속하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의미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조선 제9대 왕 성종은 침실에 ‘미불유초 선극유종’이라는 경구를 써놓고 항상 경계하였다고 한다. 문대통령의 JTBC 특별대담에서의 발언을 5년 전 취임사를 실천한 유종의 미(有終之美)로 볼 수 있을까?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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