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지금 광주 민심은, ‘충성 지지 안주 민주당 더는 못 봐줘’


인물교체 태만‧무능정치 갈아치워야...정치개혁 공약 이재명 당 쇄신 전면 등장 요구도

지난 4일 오전 전남대학교(북구 용봉동)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길게 줄을 이은 시민들. /광주=박호재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저희가 밉지만 미래를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달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대선 막바지 유세에서 했던 말이다. 송 대표의 말은 백번 옳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한 언급이었다. 국민 상당수는 단지 ‘밉다’는 감정에 방점을 둔 투표로 민주당을 심판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의 대선 걸림돌은 어쩌면 상대 야당의 후보가 아닌, 자신을 후보로 뽑은 민주당이었을지 모른다. 국민의힘이 역대 최초로 광주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집권여당의 패배로 끝난 대선을 바라보는 민주당 텃밭 광주 민심은 흉흉하다. 촛불로 정권을 만들어주고, 의회 권력, 지방 권력 다 갖다 바쳤는데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는 불만이다. 이 민심의 역류는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텃밭 민심이 이처럼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도부 총 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 전환 국면에서 쇄신에 대한 강도를 둘러싸고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재명이니까 그나마 했다’와 ‘후보의 리스크가 패인이 됐다’는 논리의 충돌이 빚고 있는 갈등이다. 후보의 흠집을 들먹이는 이들의 속내엔 이낙연을 세웠어야 했다는 후일담이 숨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이 갈등은 향후 민주당 쇄신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전 후보의 선전을 두둔하는 이재명계 비주류의 입장은 당의 강도 높은 쇄신을 주장할 것이고, 이재명 리스크를 거론하는 친문 주류 측은 안정적 당 운영을 내세우고 쇄신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짙다.

그럼 광주 민심은 어떤가. 대선 초반전 60%대의 미지근한 지지를 보여주다 사전투표의 뜨거운 열기가 더해지며 이 후보에게 통산 80%대의 지지를 보낸 광주의 여론은 민주당에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선에 패하고도 쇄신을 머뭇거리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원한 김동연의 새로운물결도 민주당이 정말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우며 정치개혁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했지만 이재명 후보가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한 정치개혁과 다당제 개헌과 같은 의제들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여전히 172석의 의회 권력을 지닌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텃밭 광주의 쇄신 요구는 인물 교체와도 맞물려있다. 지역민의 충성스런 지지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외면하거나 왜곡한 태만의 정치, 무능의 정치를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광주의 절대적 지지에 달콤하게 안주해왔던 민주당은 지역의 현안들에 무심했던 게 사실이다. 두 차례의 대형 재난, 민생, 지역예술계를 패싱한 아시아문화전당 재단의 불통인사 등 모든 면에서 민주당의 역할은 없었다.

‘선거철이 되면 어차피 우릴 찍을 텐데’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 와 같은 안일함이 지역 정가에서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민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타 지역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광주의 민심은 때로는 솔직히 서글퍼 보이기도 한다.

대선에서 이재명을 지지한 광주의 유권자들은 높은 사전투표율로 주목을 받자 ‘TK가 뭉치는 게 아니냐’는 턱없는 걱정들을 했다. 당이 지역여론에 전전긍긍하는 게 아닌, 시민이 오히려 민주당의 전국 지지 상황을 염려해야하는 씁쓸한 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 턱없는 조바심이 보여주듯이 텃밭 민초들의 사랑과 기대에 100분의 1이라도 호응해 왔는지 뼈아프게 지난 행적을 성찰해야 한다.

광주는 지금 지역정가의 안일하고도 낡은 정치행태를 깨트릴 새로운 인물 수혈의 공천 개혁과 선거 과정에서 공언한 정치 개혁이 민주당 쇄신의 알맹이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과연 이러한 텃밭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는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설지를 의심하는 이들은 벌써부터 정치개혁을 공약한 이재명이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도 하다.

손혜원 전 의원의 유튜브 제목으로도 쓰여진 ‘이재명 사용법’은 민주당 쇄신과 관련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당의 상임고문직을 수락하기도 했지만, ‘정치를 접기에는 아직은 젊다’는 언급을 한 이재명 전 후보가 이러한 요구들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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