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소?" 속담의 기원으로도 알려진 이 이야기는 흔히 이솝 우화로 알려지나, 문헌상으로는 13세기 초 발간된 ‘오도 오브 체리튼’의 라틴어 우화집에 처음 등장한다. 1678년 조선조 홍만종(洪萬宗)이 쓴 순오지(旬五志)에도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는 속담 형태로 소개된다.
이 이야기나 속담은 실현 불가능한 탁상공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필요하지만 누가 총대를 메도 성사되기 쉽지 않아 대승적 차원의 통큰 배려나 결단이 요구되는 경우를 지칭할 때 곧잘 사용된다.
20대 대선이 3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도 일견 닮아있다. 진일보한 ‘방울달기 경쟁’처럼 비치기도 한다. 실제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자 대선 구도로 가면, 결국 이-윤의 박빙 싸움은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그래서 보다 확실한 승리 방정식인 윤-안 단일화 여부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최근 들어 윤-안 단일화보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안 단일화 추진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비호감 대선’이 ‘단일화 대선’으로 옮겨가는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 양후보가 박빙인 상태가 계속되자 단일화가 확실한 승리 방정식이라는 논리가 민주당으로도 옮겨간 듯 보인다. '여권 단일화', 이른바 ‘여일화’ 추진도 성사 여부를 놓고 새로운 대선 관전 포인트가 되어가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성사된 것은 15대 대선(김대중-김종필), 16대 대선(노무현-정몽준), 18대 대선(문재인-안철수)으로 총 세 번이다. 모두 야권 단일화, 즉 야일화였다. 2차례는 단일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8대 대선에서는 단일 후보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비록 졌지만 여당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할 정도로 위력 역시 있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7일 안 후보와 단일화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후보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야권 단일화는 더욱 국민적 관심을 받고있다.
권 본부장이 "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 없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는 6일의 공식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단일화 시기도 "투표일 시작할 때란 분도 있고 용지 인쇄란 분도 있고 사전투표 전까지 언제든 열려있단 분도 있는데 그 중간 어디쯤 될 것"이라며 가능성도 활짝 열어놨다. 물론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불가론을 고수하는 등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긴 하다.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윤 후보와 지지율 하락으로 출구 전략이 필요한 안 후보 간 결합은 불가피하리란 관측이 정치권에서도 우세하다. 단일화 방식은 여론조사 통한 경선보다는 공동정부 구성 등 당사자 간의 통 큰 결단을 내리는 현실적 방안도 최근 힘을 받고 있다. 촉박한 시한, 협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단일화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물리적 불가론은 다소 사그러들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선거의 최종 판세를 흔드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을 가정하고 승리하는 것을 최선으로 봤으나 이 후보 지지율이 박빙에서 정체의 기미가 보이자 ‘단일화’에 대한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애기도 흘러나온다.
최근 김종인 전 위원장에 이어 이상돈 전 의원, 윤여준 전 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며 중도보수층에 대한 외연확장을 꾀하는 전략에 힘을 주는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지난 7일 ‘국정연구포럼’ 출범식에서 "인재와 정책에 있어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가 필요하고, 내각도 국민 내각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이 후보가 안 후보와의 공동정부 구성 및 대통령 권한 축소를 포함하는 개헌까지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은 이 대목과 무관하지 않다. 김 전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려온다. 일각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을, 안 후보가 책임 총리를 맡고, 권력구조 개편 개헌에 나서는 정치 개혁을 고리로 단일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범여권 통합을 위해 안 후보를 책임총리로 모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를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정파가 연합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나"며 "헌법이 가진 내각제적인 요소인 책임총리제로 연립정부의 구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안 후보 측 일각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민의힘이 ‘담판’ 형식을 요구하며 단일화를 압박(?)하자 국민의당 측이 거부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변수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생쥐와 고양이의 다툼을 그린 미국 인기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고양이 톰의 목에 방울을 거는 장면은 단일화를 바라는 거대 양당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생쥐 제리의 부탁을 받은 그의 조카 니블스가 톰에게 방울 목걸이를 통 크게 선물하고 톰이 흔쾌히 목에 걸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성사된다. 보이지 않은 한가지 더. 서로 간의 신뢰구축은 기본이라는 점이다.
이번 대선의 여야 후보 '단일화'는 톰과 제리의 싸움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먼저 현실적인 '물리적인 시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선후보 등록일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투표 용지 인쇄일까지 미뤄도 3주가 남지 않은 상황이다.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무엇보다 단일화 동력은 절박함,진정성, 통큰 양보를 바탕으로 한다. 이-윤 후보 당사자들은 아닐지 몰라도 양 당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민주당은 진정성이. 국민의힘은 통큰 양보를 위한 자기희생이 부족해 보인다. 양쪽 다 성사가 쉽지 않겠지만 야권 단일화 성사여부에 보다 많은 관심이 간다. 아니길 바라지만 민주당의 여권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트릭'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는 건 나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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