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안철수, 지지율오르는데 뭘해야 될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맹자(孟子)의 진심장(盡心章)에 ‘궁즉독선기신 달즉겸선천하(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는 문구가 있다. 고생스럽고 궁색하며 어려울 때 자신을 바르게 하라고 말한다. 반면 잘 나갈 때나,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는 천하를 정의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맹자의 개인적인 체험도 녹아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적 선택과 인생의 자세를 잘 보여 주는데는 개인적 생각으로는 잘 풀릴 때인 겸선천하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뜻이 제대로 펼쳐지는 시기에는 국민과 더불어 천하를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능력(善)을 세상과 공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최근 지지율이 오르며 심상찮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겸선천하의 길이 보인다.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린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주 들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회복세임에도 상승세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된 모습이다. 그런 측면에서 안 후보는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던 여야 양강 후보 틈바구니에서 잘 나가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리얼미터가 YTN방송 의뢰로 지난 10, 11일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안 후보의 지지율은 12.2%였다. 3주 전 동일 조사 대비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윤 후보의 지지율(39.2%)과 이 후보의 지지율(36.9%)이 같은 기간 각각 0.9%포인트, 0.1%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또 코리아정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8일 조사한 조사한 결과나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 실시한 조사,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 등을 봐도 1~2주 전 같은 조사 보다 5.5%포인트~7%포인트 상승해 13~14%에 이르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추격세를 가속화 한다. 특히 그동안 제1야당 대선 후보인 윤 후보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윤 후보의 반등에도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해 개인적으로 흐뭇할 터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서로 인사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더팩트DB

정치권에서 개인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호감대선’ 속 안 후보의 도덕성이 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진정한 '안풍'(安風)이 부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겉으로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관심 없다"고 잘라 말한 적도 여러차례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신다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그것도 ‘절대 다수’란다. 안 후보는 항상 "정권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 후보는 한국의 마크롱이 되고 싶어한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신생 정당을 만든 뒤 30대 젊은 바람으로 2017년 대선에서 이기고 한 달여 후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당시 프랑스는 여야 주요 정당 후보가 10%대 득표에 그칠 정도로 지리멸렬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현실은 마크롱을 원치 않는 것 같다. 여야 주요 후보인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자 부침은 있었지만 지금은 40% 내외에서 서로 박빙을 유지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지율 1위도 아니다. 1위가 아닌 가운데 지지율 상승과 선전은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한 3자 구도만 만들게 된다. 프랑스 같은 결선투표는 없다. 총선까지는 2년도 더 남았다. 만일 1위를 해 대선에서 승리해도 3석 정당으로 국정을 이끈다?

그래서 야권 단일화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점쳐진다. 안 후보가 앞으로 지지율을 계속 끌어올리더라도 보수 진영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위해 한 깃발 아래 뭉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보수 지지 국민들도 단일화를 원하는 눈치다.

25개 기후·환경단체로 구성된 국내 최대 탈석탄 연대인 석탄을 넘어서가 지난 5일 연출한 퍼포먼스에서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결승선을 넘지 못했고, 심상정 후보 만이 여유롭게 2030 탈석탄 결승선을 통과했다./이새롬 기자

설령 단일화가 추진돼도 그 모습과 양상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직전 지지율 차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격차가 크지 않다면 여론조사를 활용한 경선일 테고, 한 쪽이 상당한 우세하다면 다른 한 쪽이 중도 사퇴하고 지지 선언을 하는 방식일 수 있다.

여기에 단일화 논의가 일단 시작되면 대선판의 중심 이슈는 야권 단일화가 된다. 민주당 이 후보의 행보가 가려지면서 자연스레 대선판 최대 이슈가 된다. 까다로운 과정들이 남아 있지만 일단 보수진영에는 불리하지 않은 선거판이 된다.

진보와 보수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중도 표심에 더해 2030세대가 정치적 힘을 가진 첫 대선이다. 중도층과 2030세대가 후보 단일화를 구태와 야합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대선판은 앞으로가 더 역동적일 것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불과 일주일 전 국민의힘 내분 사태로 시끌벅적하더니 어느새 안 후보의 상승세로 야권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안 후보가 그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그저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만 하면 ‘따놓은 당상’인 듯 말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윤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면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다. 안 후보 지지 중도층 일부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오히려 여당의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누구로 단일화 돼도 이 후보에 앞선다는 일부 조사도 가설을 전제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단일화는 ‘플러스(+) 알파’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업그레이드 되면서 잘 조율한 합의적 가치와 비전, 정책을 제시해야 합격점을 받는다. 잘 쓰면 특효약, 잘못 쓰면 독약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수록 드라마틱해지는 '대선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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