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범위 밖 상승세라고 하지만 대세라고 보기에는 변수 많아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상승세다. 자꾸 실수(?)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 후보를 돕는다는 애기도 흘러나온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의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면서 윤 후보를 도와주는 선거 구도를 만드는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심판 민심이 강하다 보니 국민의힘이 반사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선거 지형이 현재로는 윤 후보에게 유리해 보인다.
여기에 역대 대선에서 보기 드문 ‘비호감 대결’ 구도의 탓도 작용한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의 민주당 압승은 국민의힘이 만들어준 측면이 강했다. 반면 올해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승리가 ‘민주당이 못 해서’라고 하더라도,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컨벤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난 5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당원 모바일투표와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해 합산하는 방식 때문에 일부에선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홍준표 후보가 2위로 밀린 탓에 ‘민심보다 당심’에 따른 결정이라며 ‘동네 저수지 후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상승세의 지지율에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는 대체적으로 지지도 5%포인트 상승으로 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11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10월 3주 34%였던 지지도가 경선 직후인 11월 2주에 39%로 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선 직전에는 '개 사과' 논란으로 6%포인트 하락했고, 경선 과정에서 7%포인트 반등했다. 다시 경선 직후에는 4%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그러니 '개 사과' 이전과 비교해야 맞다.
반면 이 후보의 지지도는 11월 1주에 직전 주 대비 5%포인트 하락하여 30%였다가, 11월 2주에 극히 미세하게 회복해 32%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10월 4주에 35%,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가 진행된 11월 1주에 27%로 8%포인트 급락, 경선 후인 11월 2주에는 4%포인트 회복한 3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지 2주일 만에 이 후보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 내외 앞서기 시작하면서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정권교체 민심도 더욱 높아지는 여론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2주 사이에 비호감도도 이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아 오차범위 밖의 격차를 두고 있다. 여기에 ‘자꾸 실점하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돕는다?’ 이 후보가 "부산 재미없잖아" "오피스 누나 확 끄는데요" 등 실언도 윤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어쨌든 상승세지만 이 기간 동안 윤 후보가 한 건 뭘까? 별로 없다. 몸을 사렸는데 결과적으로 득점한 형국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윤 후보의 '발언'이다. 현장 즉흥 발언을 줄이고 준비한 원고도 조심스레 읽었다.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를 위해 지난 10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을 때도 원고를 품에서 꺼내 또박또박 읽었다. 원고를 보지 않은 채 대중 연설을 했던 종전과는 너무 달랐다. ‘실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전두환 발언 논란과 개 사과 사진 논란 이후 후보 자신이 말과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윤 후보가 직접 쓰는 경우가 많았던 페이스북 메시지도 대선캠프에 맡겼다고 한다. 일정도 최소화했다. 대선후보 확정 이후 사과를 위한 호남행과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을 빼면 정치 이벤트성 일정이 없었다.
이 후보의 1대1 정책대결 호출 등에도 대응이 없었다. 언행에 ‘조심 또 조심’ 어찌보면 ‘손님 실수’나 바라는 소극적 지지율 관리전략으로 여겨진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야당 후보로서는 ‘하책’으로 여겨진다.
박빙의 대결에서 오차범위 벗어난 우위를 보이는 지지율이 커 보일지도 모른다. 3개월 넘게 남겨진 선거일까지 숱한 변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관리모드는 아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관리모드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컨벤션 효과를 반감시킨다.
일반 사회 이슈는 성숙기 이후 고점을 찍으면 2주 내에 급격히 언론 노출량이 줄어든다. 다만 대선은 상대 후보의 메시지나 행보에 의한 영향도 있고, 캠페인 주체에 의한 꾸준한 메시지 관리로 지지율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적극적으로 나서 만들어낸 게 아니어서 상승세에 따른 우위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윤 후보의 리스크도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는 대목도 우려 요소다. 물론 상대 후보인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안심할 게재는 아니다. 특검 여부 등 갈길은 멀어 속단하기 어렵지만 내년 3월 9일 선거일을 종착점으로 봐도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18일 "이 후보의 지지율 박스권 탈출은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이 접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는 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만큼 리스크 대응이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다.
윤 후보로서는 외연 확대도 발등의 불이다. 조만간 있을 대선 선거대책위 인선은 그의 포용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홍준표, 유승민 등 비윤 진영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컨벤션 효과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의 이 후보처럼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은 매머드 선대위의 효율적 운영을 놓고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에게는 이 후보와는 달리 걸림돌이 하나 더 존재한다. 전직 대통령들과 관계 설정이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45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감옥행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다. 전통적 보수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여전히 윤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유도 이들 전직 대통령과의 악연 탓이다.
대선 투표일까지 아직 100일 이상 남았다. 갈수록 급해지고 있는 '대선 물살'이 또 어떤 변수를 만나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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