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에서 책임성은 가장 중요한 부분...결백하다면 '대장동 의혹' 조사에 적극 응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여야 정치권을 강타한 ‘대장동 게이트’가 ‘키맨’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검찰이 구속하고 6일부터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줄 소환을 하면서 수사는 급 물살을 탄 듯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5억 원,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정 모 씨로부터 3억 원 등 총 8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사 재직 당시 대장동 사업의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판단한다.
그 여파로 여권 대선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의혹 공세는 더욱 높아지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책임’에 대한 언급도 이어가며 대국민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양세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제도를 개혁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책임지겠다"며 "지휘관으로서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하고 국민에 대한 무한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4일에는 서울 공약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그 전날 구속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3000여 성남시 공무원과 1500여 명 산하기관 임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제게 있는 게 맞다"고 했다.
행정에서 책임성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학문적으로 책임성에 대한 여러 이론들 간의 충돌과 논쟁은 적지않지만 책임성의 중요성 강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책임성은 크게 관료적(bureaucratic)·법적(legal)·전문가적(professional)·정치적(political)책임성으로 구분된다.
‘괸료적 책임성’은 조직 내부 책임으로 담당책임자가 상급자의 감독, 명령이나 지시, 조직 내 표준운영규칙 및 내부 규율을 지킬 책무를 의미한다. 집권화를 통해 능률 행정을 가능하게 하지만, 엄격한 통제로 구성원 개인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법적 책임성’은 법적 제재 및 계약적 책임을 부과, 외부의 개인이나 집단과의 의무적 관계 에서 나타난다. 관계 또는 계약을 통한 주인과 대리인(담당책임자)간의 책임성을 의미한다.
‘전문가적 책임성’은 담당책임자가 업무에 대한 재량권과 자율성을 가지고 전문적이고 복잡한 정책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가능한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
또 ‘정치적 책임성’은 담당책임자와 기관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반응성이 강조된다. 선출직 정치인, 고객 집단, 일반 대중들과 같은 외부의 이해관계자 필요에 관한 대응을 말한다. 대표성 강한 기관 구성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정실주의와 부패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학자들의 견해다.
이러한 분류에 성남시장과 산하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시행사인 성남의 뜰을 대입하면 모두가 이해가 되고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의 관계에 대한 합리적 의심도 성립한다. 이론상 ‘관료적 책임성’과 ‘법적 책임성’의 통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그렇다.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 8조는 ‘공사의 중요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 분양 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사의 설립·운영 등 공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사도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유 전본부장의 상관으로서, 주인으로서, 시 대표자로서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근데 이 지사는 ‘관리 책임’‘정치적 책임’만 언급했다. 이론에서 규정하는 행정의 정치적 책임성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 관리책임도 괸료적 책임성을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책임 발언 등의 발언도 미묘하게 바뀌어온 이 지사의 최근 버전이다.
이 지사는 야권의 공세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압박이 억울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유 전 본부장이나 화천대유 관계자들과의 연결고리로 볼 물증은 없다. 반면 주장과 추정, 일부 추측성 정황은 확실히 존재한다. 야권이 특검을 요구하는 것도 정치적 이유가 있지만 본디 목적은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고 본다. 야권 인사도 연루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지사가 야권의 무차별 공세에도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비유나 선문답식 또는 정치공세식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안 된다. 수사가 보다 잰걸음의 양상이지만 대한민국이 대장동 게이트라는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여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정치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국민들이 이번 ‘대장동 게이트’는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좌우할 3월의 대통령선거보다 더 엄중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속이 타는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경선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대표측이 이 지사의 ‘연루 의혹’을 애써 자제하지만 확신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캠프 오영훈 대변인은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최초 지시자"라며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런 엄청난 범죄를 기획했는지 반드시 밝혀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있었던 여론조사기관들의 설문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0% 이상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원했다는 사실도 이 지사 측이나 민주당 지도부는 엄중하게 봐야 한다. 본선을 생각한다면, 이 지사가 결백하다면 특검을 받는 게 절대 유리하다.
특검은 대선 전 마무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승리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특검이 그래도 찜찜하다면 이 전 대표 요구대로 검경 등 수사기관과 국세청 금감원등의 정부 합동수사본부 체제도 괜찮다고 본다. 조기 결론 가능성은 특검보다 더 높다.
반면 지금의 수사 행태로 지체된다면 이 지사가 여권 후보가 되어 정권재창출에 성공해도 계속 게이트는 존재한다. 확실한 실체적 규명 없이 흐지부지될 사안이 아니다. 세상이 달라졌고 '라떼'라는 미련은 버려라. 그게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사건 발생 초기 이 지사는 "토건세력과 국민의힘의 야합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대장동 게이트’가 여당에 호재가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체가 빨리 드러날수록 '이재명 대통령은 따논 당상'에 더욱 가까워진다. 과단성과 추진력의 상징인 이 지사의 주저함은 뭘 애기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
수레가 부서지고 배가 뒤집힌 것이 오로지 험한 길과 성난 파도 탓이라고 한다면 그건 비겁한 리더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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