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 투기의혹 의원 12명...탈당권유·출당조치의 본질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신뢰회복 프로젝트 시작이자 민심 경쟁의 신호탄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부동산 관련 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출당이라는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일부 해당 위원들의 반발에도 이 같은 방침을 정한 배경에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와 그동안 ‘내로남불’ 논란으로 악화된 민주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우려마저 차단하고자, 해당 의원들이 의혹을 소명하는 절차조차 생략했다.

나아가 송영길 대표는 9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에서 "5명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 공식으로 요청한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부동산 소속 의원들의 7년간 거래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전날 "부동산 전수조사에 어떤 입장인지 밝혀달라"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자당 의원들에 대해 엄정 대응하면서 국민의힘에도 소속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관련 의혹을 털어내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를 취한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 및 6월 지방선거도 겨냥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현재 경찰의 내·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총 17명. 이중 투기 의혹은 14명, 기타 관련 의혹은 3명이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받은 12명 중 6명은 기존 내·수사 대상과 겹친다.

송 대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민주당이 그동안 보였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민주당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권익위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및 그 가족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특수본에 수사를 의뢰됐다. ‘답보’ 상태였던 경찰의 국회의원 투기 수사가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개장식에 참석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이동률기자

정부의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들의 실패에다 LH사태, 공정과 정의에 반해 보이는 행태 등은 ‘민심’을 이반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심 되돌리기' 대장정의 출발점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지 않은 위기감이 지난해부터 상존해왔다. 특히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4·7 재보궐 선거 참패를 비롯해 줄곧 수세에 몰렸다.

최근 들어 ‘설마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과 정당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건 물론이고 대선출마 선언 초읽기에 들어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당 유력 대선 후보들 간의 1대 1 선호도 조사 등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엄중하고도 강력한 부동산 투기 수사 의지표명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는 평가다. 국민들이 믿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를 시작한 이래 투기 혐의로 경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국회의원은 현재까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유일하다. 구속하거나 검찰에 송치한 국회의원도 아직 없다. 부실 수사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해 보일 정도다.

12명 소속의원들에 대한 탈당권유 및 출당조치를 하기로 발표한 송 대표는 이번 조치를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고육지계(苦肉之計)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해당의원들에 대한 잘못이 없다는 배려가 담긴 표현으로 보인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 현 상황에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주당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브리핑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이선화 기자

두 성어의 고사가 모두 삼국지연의에서 비롯됐고 대의를 추구하는 목적도 비슷하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고육지계는 잘못이나 실수가 아닌 위계에서 시작된다. 심각한 자해(自害)의 동반이 필수다. 반면 음참마속은 사사로운 정리와 봐주기, 그리고 변명의 여지를 배제한다. 잘못에 따른 공정하고 엄중한 벌칙이 동반된다.

중국 삼국시대 유비( 劉備)가 세운 촉한(蜀漢)은 당대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연립정권이었다. 유비 삼형제는 오늘날 베이징(北京) 일대인 탁군(涿郡)에서 온 인사들이다. 이후 유비세력의 이동경로를 따라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등용됐다. 장쑤성(江蘇省)일대 서주(徐州), 후난성(湖南省) 일대 형주'(荊州) 쓰촨성(四川省) 일대인 익주(益州) 등 주요 거점 지역 인사들이 촉한을 세웠다. 지금도 이들 지역은 통역없이 대화가 안될 정도로 문화가 다르다.

제갈량((諸葛亮) 또한 마속과 같은 형주사람이었다. 마속의 잘못으로 1차 북벌 실패 당시 제갈량은 마속을 죽이지 않고는 군율이 서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이 힘든 상황이었다. 자신의 벼슬 또한 3등급 깎고 칩거에 들어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놓고 보면 지금 민심이 떠난 민주당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다.

이제 비교섭단체 원내대표들도 권익위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제출한다. 민주당으로서는 당내 반발을 감수하면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준석 돌풍', '윤석열 영입 시도' 등 최근 정국을 주도해온 국민의힘의 예봉을 일단 꺾어놓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부터다. 국민의힘의 신박한 대응도 기대된다. 대선을 10달 가량 남기고 비로소 양당의 제대로 된 민심경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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