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GTX-D 논란, '김하선'이 정답은 아니다

김상호 하남시장과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 장덕천 부천시장, 정하영 김포시장(왼쪽부터)이 20일 오전 경기 부천종합운동장역 인근 도로에서 GTX-D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부천=남용희 기자

지역주의와 가까운 '핌피' ...'공정'과도 거리 멀어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제발 내 앞마당에 해주세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선호시설을 내 지역 내에 유치하겠다는 뜻으로 일종의 지역주의를 말한다. 님비(NIMBY:No, In My Backyard)의 반대 개념이다. 임피(YIMFY: Yes In My Front Yard)라고도 표현한다,

도를 넘어서면 예산상으로나 뭐로 보나 시설을 만들기엔 적절하지 않은 지역인데 온갖 억지를 쓰며 유치를 유도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이 핌피의 대표적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송역이 세워지면서 경부고속철도의 선형은 휘게 되었으며 호남고속철도는 더 휘게 되었다. 접근성도 그다지 좋지 않고 이용객들은 엉뚱하게 대부분이 세종시민이다. 정작 이 역을 만들어 달라던 청주시는 이용을 거의 안한다. 한국 철도 사상 논란이 많은 역이 오송역이란 지적도 받는다.

정부가 최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포함된 GTX-D 노선인 김포 장기역과 부천종합운동장역을 연결하는 안이 발표되면서 전개 상황이 이와 비슷한 핌피로 흐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경기도가 김포와 서울 하남을 잇는 노선을 제시했는데 심의 과정에서 대폭 축소되면서 서울 강동과 경기김포‧부천‧하남 등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력 대권주자부터 여당 대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까지 경기도 안을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 6월로 예정된 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확정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높다.

당초 논란은 GTX-D 노선의 원안이 반영되지 않자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이 잇따른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로 계획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엔 정책의 일관성이 정치적 셈법으로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GTX D 노선 계획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지난1일 김포시청 일대에서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김포검단시민교통연대 제공

경기도의 장덕천 부천시장과 정하영 김포시장, 김상호 하남시장,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 등은 20일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앞에서 'GTX-D 원안 사수·서울 5호선(김포한강선)김포 연장' 촉구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GTX-D 노선의 강동구·하남시 경유 반영까지 촉구했다.

앞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김경협(부천갑)·서영석(부천정) 의원 등도 단식 농성에 나서겠다고 했다. 지난 14일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GTX-D 노선 수정을 건의했다. 다들 지역구의 민심 이반을 우려한 때문이다.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김포시는 ‘GTX-D 원안 사수·서울5호선(김포한강선) 김포 연장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을 통해 받은 10만명의 서명을 24일 경기도에 전달할 예정이다.

자치단체장들까지 가세해 반발하는 빌미를 준건 정부가 GTX-D노선의 변경할수 있다는 틈을 보인 탓이다. 좀 더 반발수위를 높이면 해당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노선과 더욱 가깝게 변경할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다.

GTX-D노선은 입안 과정서부터 논란은 있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당초 GTX-D노선이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각각 출발해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서울 강남과 고덕,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는 ‘Y자형’을 희망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내놓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는 김포~부천종합운동장 노선만 포함됐다. 이른바 ‘김부선’으로 줄어든 셈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GTX-D 및 GTX-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노선을 서로 공유해 용산역까지 연결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른바 ‘김용선’으로의 변경이다.

즉 GTX-D와 GTX-B의 선로를 같이 쓰는 방식으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자체의 변경이 아닌 아닌 운영 차원에서의 대안 성격이다.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은 ‘김용선’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GTX-D 원안이 수도 서부권의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장하는 원안인 ‘김하선(김포~하남)’만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부등산 가격 등 여러가지 이해관계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주장 자체가 핌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10월 제시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출발한 뒤 부천에서 합류해 하남까지 이어지는 Y자 노선 형태를 띠고 있다./인천시 제공

국가경영면에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은 국가가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철도정책의 기본 골격이다. 미래 청사진이다. 초안이 발표되고 곧바로 갈팡질팡하게 된 상황은 극히 우려스럽다. 정책은 일관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한다 해도 현실적으로도 해당 지자체가 요구하는 노선은 지하철 2·7·9호선의 주요 구간과 많이 중복된다. 사업비도 10조 원 이상이 추가로 든다. 수도권 외에 비수도권을 고려하면 지나친 투자 집중현상을 불러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크게 벗어 난다.

지역주의에 밀려 정부가 노선 변경 등을 검토하다는 것도 정책 신뢰성을 깨고 있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지만 정부마저 여기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대통령선거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 악용되고 있다는 의구심도 든다.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결론을 내린 교통망 계획을 정치적 논리로 바꾼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GTX 다른 노선은 물론이고 중부권과 영남권에서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을 놓고 지자체들 간에 논란이 적지 않다. 수도권과 비슷한 양상이다.

관련 학자들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부 정책에 대해 누구도 수긍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하고 "지역에 따라 유불 리가 있겠지만 정책을 연구하고 고민한 정부의 결론을 국민들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주의는 민주주의를 저해한다.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공정’도 아니다. 경제적 타당성이 높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미래지향성도 충분히 담보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기대한다. 계획의 일부인 GTX-D 노선도 여기에 함께 해야 한다. 정부 변경안인 ‘김용선’이나 해당지역 주민들이 주장하는 ‘김하선’은 정답과 거리가 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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