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장관의 완성은 덕행의 실천...민심에 따른 결정 필요

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적격 논란 후보자 3명 재고해야...'재덕(才德)이 없으면 우인(愚人)'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에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 논란을 빚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수호 모드’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은 11일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를 재차 요청했다. 여러 의혹이 제기된 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친문 성향의 전재수 의원은 같은 날 "전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부적격 논란을 빚은 장관 후보자 3명에게 결정적 문제가 없다는 점에 총의를 모았다"고 전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대통령의 '한마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의 기류다.

전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기회조차 빼앗길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이 취임4주년 특별연설 기자 질의응답에서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대통령은 "청와대가 그분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소 흠결은 있지만 분야별로 유능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흠결을 덮고도 남는다는 의미로 들린다.

정청래 의원도 "의총에서 장관 누구가 무자격자니까 사퇴시켜야 된다 하는 얘기는 단 한 명도, 단 1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의총에서 별다른 갑론을박이 없었던 이유는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여당 내 비주류 의원들은 "모두 다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민심에 반하는 장관 후보자들 일부라도 낙마를 시켜서 정치적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야당은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는 바꿔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목소리는 건강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데 대통령이 막고 있다"며 다시 "조국 수호 시절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노형욱 국토교통부 ·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더팩트DB

공자(孔子)는 생존 당시 시대의 문제점이 지배계층에 있다고 봤다. 지배계층의 솔선수범과 각 계층의 합당한 임무 수행을 강조한 것이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이다. 리더가 되려면 일정한 인간적 덕목을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인격과 품성을 소지한 사람만이 군자라고 생각했다.

정명사상은 리더가 갖춰야 할 정치적·도덕적 의무의 기본이다. 인자(仁者)를 말한다. 인(仁)의 실천적 개념은 충(忠)과 서(恕)다. 충은 ‘인간 본성의 원칙에 충실함’을 뜻하고 서는 "충을 백성들에게 자비롭게 널리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는 자신을 모범으로 해 덕치를 베풀어야 한다고 공자는 말한다.

3명의 장관 후보자로 돌아가 보자. 대통령의 말처럼 해당 분야에 출중하고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자의 잣대로는 출발부터 낙제점이다. 국민의 눈높이도 이를 요구한다. 장관은 참모이면서도 리더이기 때문이다. 출중한 개인적 재능으로 도덕적 흠결을 덮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능을 갖춘 인재 특히 재능있는 리더의 완성은 덕행(德行)의 실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 이를 바르고 곧은 상태로 치우침이 없는 중화(中和)라고도 표현한다. 참된 인성의 실천을 말한다. 인재(人才)는 인성(人性)과 재능(才能)의 합성어라는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인재를 평가하고 등용하는 기준에서 재능과 배경으로만 판가름한 것으로 여겨진다. 상당히 아쉽다. 재능과 덕행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나란해야 리더가 될수 있다. 덕행에 대한 부분을 여당 내 적지않은 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대통령이 덕행 평가 항목에서 간과해버린 셈이다.

지성을 갖췄다고 과시하는 저명인사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덕(德)보다도 지(知)가 앞선 사람들이다. 3명의 장관후보자들도 그렇다고 본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송영길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윤호 기자

자치통감(資治通鑑)의 저자로 중국 북송(北宋)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사마광(司馬光)은 "재덕의 겸비는 성인(聖人)만이 가능하고, 재덕이 없으면 우인(愚人)에 해당한다"고 했다. 둘을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재능이 덕보다 앞서는 소인(小人)보다는 재능보다 덕이 높은 군자가 낫다는 의미다.

군자는 재능을 가지고 선을 행하지만, 소인은 재능을 가지고 악을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능만을 앞세웠거나 재주는 많지만 덕이 부족했던 난신적자(亂臣賊子)들을 역사적으로도 숱하게 봐왔다.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았다.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임기말 지지율은 높다. 아직 레임덕이 아직 아니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임기 4주년 연설에도 언급했듯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나 코로나19 극복, 남북 문제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환영받는 깔끔한 마무리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욕심과 의욕 때문에 이 같은 실수를 했을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정의감으로 독재 정권에 맞서다 두 차례나 구속되고 징역까지 살았던 대통령이다. 전력(前歷) 때문에 판사 임용 전에 정보기관의 회유성 면접을 치렀는데, 놀랍게도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소신을 지키고 출세를 포기한 사람이다.

이후 대형 로펌에서 고액 연봉과 해외 유학까지 제시했지만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순수한 성정(性情)이 대통령의 강력한 매력이다. ‘착하고 능력있는 변호사’ ‘무욕(無慾)의 정치인’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기억이다.

시경(詩經)에 ‘능히 끝이 있는 것이 적으며 시작한 것을 끝까지 이루기가 쉽지 않다(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라는 말이 있다. '백리를 가는 데 있어 구십리가 절반이다(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말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애기다.

여당내에서 "일부는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 때문은 아니다. 민심(民心) 때문이다. 당청 간 분열 조짐도 나타난다. 마지막 ‘개각 카드’를 접을 경우 레임덕 가속화를 우려하는 청와대와 차기 대선을 위해 민심을 살펴고자 하는 여당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건 당연하다.

당청의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그래서 3명 후보자 모두 임명 강행은 안 된다고 본다. 일부 후보자는 바꿔야 한다. 민심을 따르면 번거러울 뿐이지 레임덕과는 상관없다. 대통령의 신중한 선택을 기대한다. 민심이 있는 곳에서 유종의 미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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