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쩐의 전쟁’된 광주상의 회장 선거

지난 3월 치러진 광주상의 회장 선거에서 중흥그룹의 정창선 회장이 제24대 회장에 선출됐지만 돈 선거로 얼룩졌다는 뒷말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광주상공회의소 전경./더팩트 DB

돈으로 표 사는 '금권선거' 뒷말…경찰이 자금출처 조사해야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금권정치는 부유계급이 자본의 힘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하지만 BC 6세기 아테네의 집정관인 솔론이 추진한 개혁의 한 내용이었다. 솔론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기준으로 시민을 4등급으로 구분하고 참정권 및 국방 의무에 차등을 두는 정치 체제를 안착시켰다.

일견 고약한 정치체제 같지만 혈통에 따른 귀족정치의 타파가 당시로선 개혁이었기에 솔론은 아테네의 7인 현인 중 한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17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금권정치는 민주주의를 해치는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수의 가진 자들이 부를 독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제24대 광주상의 회장 선거에서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금권선거가 치러졌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상의 회장선거는 추대 방식이 아닌 간접선거로 치러졌다. 투표 참여 방식도 상식적인 눈으로 보기에는 좀 괴이하다. 투표권은 매출액에 따라 내는 일반회비와 100만원당 1표씩 주는 특별회비로 확보할 수 있다. 알려진 바로는 회원사 당 평균 13표, 특별회비를 통해 확보된 투표권은 무려 2,200표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금권이 가열된 회원사들의 경쟁 때문에 광주상의는 가만히 앉아서 22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 중 19억 원은 정 회장 지지 회원사, 3억 원은 경쟁 상대였던 (주)호원 양진석 회장 지지 회원사가 낸 것으로 알려져 세 불리를 느낀 양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치열한 경합이 예고됐던 선거전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금권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번 선거를 두고 ‘쩐의 전쟁’이라는 비아냥이 나돌고 있다. 계열사 많고 돈 많은 기업주가 당연히 될 수밖에 없는 ‘금권 선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일부 회원사들은 "추대방식으로 이뤄졌던 회장 선출이 돈 내고 투표권 사는 경합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회원사들의 지출만 늘어났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회원사들이 특별회비를 정당한 방법으로 마련한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경선과정에서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당비를 대납하는 것처럼 특정 후보 측이 특별회비를 지원한 것은 아닌지, 또는 회원사 대표가 이사회 승인 없이 단독으로 법인 돈을 빼내 투표권을 획득한 것인지, 이를 위해 비자금을 사용한 것인지 등등의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경제인은 "앞으로 이러한 금권 선거가 두 번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며 " 경찰이 나서서 특별회비를 낸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특정 후보 측이 사업상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강요나 종용은 없었는지, 법인 자금을 동원한 지출과정에 탈법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00년 전쟁에서 이긴 영국의 에드워드 왕은 끝까지 저항했던 프랑스 칼레 시에 시민의 학살을 막으려면 6명의 시민 대표를 처형장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때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 중 3명은 칼레의 상인들이었다. 이후 칼레의 상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며 몇백 년이 지난 후 칼레시의 요청을 받은 로뎅이 ‘칼레의 시민’ 이라는 군상 조각을 만들었다. 조각에 담긴 이러한 스토리 때문에 ‘칼레의 시민’은 ‘칼레의 상인’이라는 이름으로 호칭되기도 한다.

돈 선거로 얼룩진 광주상의회장선거. 광주에는 정녕 ‘칼레의 상인’이라 불릴 만한, 시민의 존중을 받는 기업인은 없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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