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환경 만드는 밑거름 될 듯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사회적 가치는 ‘인간 삶에서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며 타당한 것’으로 정의된다. 정의, 공정, 평등, 관용, 참여, 공존, 연대, 협력, 호혜성 등 규범으로서 강조된다. 사회 및 시대마다 공동체가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현재 사회문제의 해결만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 설정에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사회가 발전하면서 계속되어 왔다. 이른바 ‘사회적 책임(SR: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기업 활동에 따른 사회적 영향과 그 책임이 커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부각되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사태는 차치하더라도 저성장률 기조에 잠재성장률도 계속 추락 중이다. 선성장·후분배 정책이 야기한 소득불균형과 양극화는 우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지경이다. 불균형 상태를 균형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여기에 기업의 역할은 아주 크다
조선 영조 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전라도 강진에서 마흔부터 18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다산은 당시 사람들이 유배지였던 강진에 편견을 갖고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인심이 후한 곳으로 농토에 벼베기가 끝나면 농토가 없는 이웃에게 농토를 무료로 내어줘 보리를 심어 거둬가게 한다"고 했다. ‘유배지이지만 사람 냄새나는 살 만한 곳’이라는 애기다.
기업(지주)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장(농토)을 지역민들을 위한 사업(보리 경작)을 하는데 활용,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지역)의 이익도 증진시켰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주 최 부잣집에서 대대로 내려온 육훈(六訓)에도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고, 주변 100리 내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며, 만석 이상의 곡식은 사회에 환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과거 ‘선물경제’나 ‘도덕경제’ 시절이었던 전통사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CSR 조직을 꾸리고 활동에 나선 지는 오래됐지만 총수들이 관심을 갖고 전면에 나서 강조하고 있는 건 최근이다. 아직은 멀었다,
8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한 선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번 선언이)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 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기업(Company)의 어원도 라틴어 ‘꼼빠니아(Companio)’에 있다.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기업가(Entrepreneur) 또한 ‘사회와 더불어 주고받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기업가,기업 모두 사회적 가치 사슬 내에서 규정돼 있었던 셈이다.
김 의장의 재산은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와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총 10조원이 넘는다.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의 규모‘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의장의 시도는 다른 기업들의 사회 공헌 사례들과는 확연히 달라보인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기업·소셜벤처·사회운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이들과 시민들까지 연결해준다.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사업에 기부하고 그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는 기부 플랫폼인 ‘카카오같이가치’,나 환경·청년·지역사회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플랫폼 ‘100up’ 등을 운영해오고 있다.
김 의장이 "점점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 간담회도 열어보려고 하니 그때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한다"한 얘기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의지와 열정도 잘드러난다.
미국의 경영학자 아치 캐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법·윤리·자선 4가지로 분류한다. 경제는 기업이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상품·서비스를 생산하고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법은 기업이 경제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법적 범위에 따라 경영·경제활동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윤리는 법적 강제성은 없으나 기업에게 사회일원으로 기대하는 행동과 활동을 해야 하는 책임을 의미하되 윤리의식에 합치되도록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 자선은 자발적인 기부활동이나 교육·문화향상을 선도하는 프로그램 운영 등 자선활동을 의미한다.
많은 우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자선적 책임을 사회적 책임의 전부인양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의장처럼 건강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일반 시민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운영할 것인지 대한 고민도 해야 할 때다.
‘기업은 사회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한다. 기업이 존재함으로써 소비자가 행복해지고 종업원과 그 가정이 행복해지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발전해간다. 김 의장와 카카오의 행보가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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