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ℓ당 21.4km.'
도요타의 '프리우스', 푸조의 '208 1.4 e-HDi' 등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국외 완성차 브랜드의 대표 모델 사이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치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연비는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의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계기판에 찍힌 수치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시승행사가 진행됐다. 이전 모델인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연비로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일까.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한 제품 설명회에서 김상대 현대자동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를 비롯한 현대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장 먼저 신차의 '개선된 연비'를 특장점을 꼽았다.
김상대 실장은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2세대 하이브리드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기존 모델 대비 획기적으로 개선된 연비와 동력 성능으로 하이브리드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의 '작심 발언'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운전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시승용 차량은 17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모델로 공인 연비는 ℓ당 17.7km(16인치 기준 18.2km)다.
우선 디자인 부분은 지난 16일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 행사에서 확인했듯이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매쉬타입과 가로 수평형 등 두 가지 타입의 대형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해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새로 적용된 전면부 디자인이 기존 휘발유 모델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일부 하이브르드 모델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존 LF쏘나타 휘발유 모델과 비교했을 때 내외관 모두에서 큰 차이는 없다. (자세한 내용은 12월 16일 자 <'연비 18.2km/ℓ'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 기사 내용 참조)
그러나 '소음' 부분에서만큼은 휘발유 모델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기존 휘발유 모델 또는 일반적인 디젤 차량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자칫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이날 시승구간은 메이필드 호텔에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거쳐 영종도 하얏트 호텔을 찍고 돌아오는 왕복 88km. 가속페달을 가볍게 누르자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저속구간(시속 30km)까지는 전기차 수준의 정숙성을 유지했다.
주행 성능은 말 그대로 '무난한 수준'이다. 시속 80~100km 구간에 도달할 때까지 가속페달을 밟는 데로 꾸준한 가속력을 유지했고, 시속 100~120km의 고속 주행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성을 유지하며 일반 중형 휘발유 세단 수준의 동력 성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연비'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기자가 탄 시승차의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21.4km/ℓ다. 회사 측의 설명대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었다. 실용 구간에서의 연비 역시 ℓ당 평균 17~22km 대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관성주행 시스템은 주행 경로와 도로 정보를 분석해 차량 감속이 예측될 경우 운전자에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시점을 알려주기 때문에 '연비운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주행을 돕느다.
그러나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특장점인 연비를 꾸준히 느끼고 싶은 운전자라면 시속 100km/h 이상의 고속주행은 지양하는 편이 날 듯 싶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시속 120km까지 전기모터 주행(EV 모드) 모드로 주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 성인 남성 2명 이상이 탑승했을 때 차량이 허락하는 EV모드는 시속 70~80km대 수준이었다.
규정 속도에 맞춘 연비운전 상태에서 시종일관 ℓ당 20km 이상을 유지했던 연비 역시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주행을 할 때에는 한자릿수대로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평소 고속 주행을 즐겨하지 않거나 시내 운전 비중이 높은 운전자라면 큰 문제는 아닐 듯 싶다.
고급 플레그십 세단을 연상하게 하는 정숙성과 실용구간에서의 뛰어난 연비, 무난한 드라이빙, 중형 세단의 여유로운 실내공간 등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실용적인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 같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가격은 엔트리 트림인 '스마트 모델'이 기존 제품 대비 25만 원 낮춘 2870만 원(이하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 후 가격), 주력 트림인 '모던 모델'은 13만 원 낮춘 2995만 원이며,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 모델'은 기존 제품과 같은 32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