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2025년 12월 3일, 삼성 라이온즈는 FA 최형우(42)와 입단 계약을 발표했다. 의외였다. 언론이나 많은 야구인이 KIA 타이거즈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건은 2년 26억 원. 만 40세가 넘은 선수에게 파격적인 대우였다. 삼성은 최형우를 영입하는 대신 불펜 수혈은 포기했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승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삼성이 최형우를 데려오는데 강민호와 구자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민호는 FA로, 구자욱은 비FA 다년계약으로 삼성에 잔류했다. 둘은 삼성에 남는 조건으로 최형우 영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삼성이 우승하기 위해선 최형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형우는 삼성 입단식에서 구자욱을 떠올리며 "내 기억엔 아직도 키 큰 20살 꼬맹이"라며 웃었다. 강민호에 대해선 "나의 삼성 입단을 많이 기뻐할 친구"라고 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최형우를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최형우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 왕조를 건설한 선수다. 삼성은 그의 ‘향기’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최형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훈련할 땐 누구보다 열심히 뛴다. 후배들에겐 언제나 친절하게 다가선다. 지시보다 대화를 나눈다. 최형우 때문에 KIA의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가 바뀐 것은 유명하다.
최형우 몸에 ‘스타 의식’이 배지 않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2002년 2차 6라운드, 48번으로 삼성에 지명됐다. 전주고등학교 시절엔 포수였다. 3년 동안 2군(퓨처스리그)에 머물다 2005년 시즌 뒤 방출됐다. 상무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하고 새로 창단한 경찰청에 간신히 입대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씹어 삼켰다. 2006시즌 타율 .344, 11홈런을 기록한 뒤 2007시즌엔 타율 .391, 22홈런을 터트렸다. 퓨처스 북부리그 7관왕에 올랐다. 삼성이 서둘러 최형우를 붙잡았다. 일찌감치 인생의 쓴맛 단맛을 봤다.
2016시즌엔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138경기에서 타율 .376, 31홈런, 144타점, OPS 1.115를 기록했다. 첫 FA 자격을 얻어 4년 100억 원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최초의 100억대 계약이었다. 당시 삼성은 구단 운영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돼 긴축 경영에 나설 때였다.
10년 만에 삼성에 돌아온 최형우의 첫 마디는 "수비 훈련에 더 신경 쓰겠다"였다. 팀에 보탬에 되기 위해선 수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삼성이 2026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펜이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타선은 비상이다. 구자욱 김영웅 김성윤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형우는 4월 7일 KIA전부터 18일 LG 트윈스전까지 9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20일 현재 18경기에서 타율 .297(64타수 19안타), 4홈런, 16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주전들이 줄줄이 빠진 타선을 최형우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형우의 진짜 가치는 나타난 기록에 있지 않다. 삼성 선수들은 말한다. "최형우 선배의 존재만으로 든든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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