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 방이 아쉬웠다. 누상에 밥상이 차려졌지만 거둬들이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에 4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가 4번 타자로 나선 건 데뷔 후 처음이다. 찬스에서 한 방 쳐달라는 밥 멜빈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정후는 감독의 희망을 이뤄내지 못했다. 네 차례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 섰지만 타점 없이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타율은 .286에서 .285로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며 애리조나에 1-2로 져 4연패 늪에 빠졌다.
이정후가 이날 상대한 애리조나 선발 투수는 한국 팬들에게 낯익은 메릴 켈리.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SK 와이번스에서 48승을 올린 투수다. 2019년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돼 지난 시즌까지 56승을 올리며 애리조나의 주축 투수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에도 8경기에서 3승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켈리에게 .467(15타수 7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1회말 2사 1루에서 켈리와 마주 한 이정후는 볼카운트 1-0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다가 포수 땅볼로 아웃됐다. 4번 타자의 기습번트는 매우 이례적이다.
4회말 1사 후 주자를 1루에 두고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0-1에서 켈리의 2구째 142.7km 가운데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전 안타를 만들어 냈다. 그 사이 1루 주자 엘리엇 라모스는 3루까지 내달려 1사 1,3루의 찬스를 이어갔지만 5번 윌머 플로레스가 2루수 앞 병살타를 때려 득점에 실패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저스틴 벌랜더는 애리조나 1번 코빈 캐롤에게 3회초와 5회초 연타석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5회말 9번 크리스티안 코스의 적시타로 1-2로 따라 붙은 뒤 6회말 공격을 맞았다.
2사 1루에서 이정후에게 타석이 돌아왔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2-2에서 켈리의 5구째 공을 공략했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돌아섰다. 바깥쪽 높은 147.3km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8회말 2사 1루에서 마지막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애리조나 두 번째 투수인 좌완 잘렌 빅스의 152.1km 포심을 강하게 받아 쳤지만 아쉽게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애리조나 선발 켈리는 7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으며 샌프란시스코 선발 벌랜더는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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