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기세 탄 삼성 '홈런포', 피곤한 LG 마운드 '맹폭'...10-4 '낙승'


13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4-10 삼성
삼성 구자욱(3회)~김영욱(4회)~디아즈(5회) 홈런쇼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4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김영웅이 솔로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대구=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결국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22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첫 맞대결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라팍)를 지배한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삼성은 지난 2015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후 3275일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삼성 라이온즈는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 말 구자욱의 스리런 홈런과 4회 말 김영웅의 솔로 아치, 5회 디아즈의 2점 홈런에 힘입어 10-4로 승리했다.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5.8%의 PO 1차전을 잡은 삼성은 선발 전원 안타의 타격과 내야진의 그물 수비, 선발 레예스의 호투로 공수에서 모두 안정적 모습을 보이며 계속된 경기에 지친 LG를 1차전 초반부터 코너로 몰아붙였다.

삼성의 선발 전원 안타는 플레이오프 통산 5번째, 포스트시즌 통산 18번째로 기록됐다. 2021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을 기록했던 구자욱은 3년 만에 포스트시즌 2호 홈런이자 올 시즌 34호 홈런 아치를 그렸다. 삼성은 홈런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잇따라 파인 플레이를 펼쳐 LG타자들을 힘 빠지게 했다. 3루수 김영웅은 2회 박동원 타구와 8회 문보경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 땅볼로 만드는 신기를 보였다.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1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이 쓰리런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대구=뉴시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상대를 기다렸고, 3위 LG는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를 벌인 끝에 3승 2패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2002년 한국시리즈(삼성 4승2패 승리) 이후 22년 만에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삼성은 6차전에서 6-9로 뒤진 9회말 이승엽의 동점 3점홈런에 이어 마해영의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두 팀의 승부는 예상과 달리 일찍 결정됐다. 라팍은 삼성 타자들에게 친화적이었고, 기력이 쇠진한 LG마운드는 삼성 타자들의 기세를 누르지 못 했다. LG는 선발 최원태가 가능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기를 기대했으나 4회를 넘기지 못 하고 홈런 2개를 허용하며 마운드을 유영찬에게 넘겨줬다. 타자 친화적 구장인 '라팍'의 특성을 제압하지 못했다. 라팍의 좌우 펜스까지 거리는 99m, 중앙 펜스까지는 122.5m이지만 좌우 중간 펜스가 107m에 불과해 좌중간이나 우중간에서 주로 홈런이 생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두 팀의 홈런 4방은 이 구역에서 나왔다. 삼성은 올 정규시즌 185홈런으로 2016년 라팍 개장 이래 처음으로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다. 구자욱(33홈런)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타선을 이끌었고, 김영웅(28홈런)과 이성규(22홈런)는 오래된 '유망주 딱지'를 떼고 잠재력을 폭발했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베테랑 박병호는 KT 시절 단 3홈런에 그쳤으나 이적 후 20홈런, 이 중 라팍에서만 14홈런을 기록했다. 한 팀에서 4명이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건 정규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와 삼성뿐이다.

3회 말 삼성 구자욱의 3점 홈런 그래픽./KBO

이날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기세를 이어간 구자욱과 김영웅, 디아즈가 차례로 홈런포를 가동하며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욱은 3회 말 무사 1,3루서 LG 선발 최원태의 3구 커터를 받아쳐 비거리 125m의 우중간 3점 홈런으로 점수 차를 4점으로 벌렸다. 2회 호수비를 펼친 김영웅은 4회 최원태를 강판시키는 솔로 홈런으로 승리 분위기를 이끌었으며 5회 디아즈의 2점 홈런으로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4회말 LG 선발 최원태가 삼성 선두타자 김영웅에게 솔로포를 내주고 조기 강판되고 있다./대구=뉴시스

두 팀 모두 마운드는 불안했다. 삼성은 올 시즌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와 좌완 선발 자원 백정현 없이 PO에 나섰다. 올 시즌 1선발 역할을 하며 11승 거둔 에이스 시볼드는 오른쪽 어깨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며 끝내 PO 출전이 무산됐다. 백정현은 자체 평가전에서 손가락을 다쳤다.

LG는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된 디트릭 엔스가 KT와 준PO 2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27로 부진했고, 최원태도 1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하고 물러났다. 선발 임찬규가 준PO서 홀로 2승을 쓸어 담으며 맹활약했지만 5차전에 나섰기 때문에 PO에서는 뒤늦게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초 삼성 선발 레예스가 미소를 보이고 있다./대구=뉴시스

원태인을 제치고 삼성 1선발로 낙점 받은 레예스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키움 히어로즈전 등판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18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다. 올해 LG를 상대로는 두 번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레예스는 타선의 활발한 지원을 등에 업고 6이닝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며 박진만 감독의 투수 운용에 숨통을 틔워줬다.

하지만 삼성 마운드는 레예스가 7회 초 2사 1,2루서 마운드를 송은범에게 넘겨준 뒤 무려 7회에만 4명의 투수가 피홈런 없이 3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레예스는 6.2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4회 오지환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에 나선 뒤 7회 삼성 마운드의 혼란을 틈 타 3득점에 성공하며 7-4까지 따라붙었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KT와 준PO 3차전 선발로 나서 2.2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고 조기강판된 최원태는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삼성의 대포을 막지 못하고 물러났다. 염경엽 감독의 고민을 가중시킨 최원태는 3이닝 동안 16명의 타자를 상대로 2개의 홈런을 포함한 7피안타 5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농심 오늘의 한 빵'(결승타)은 삼성 디아즈로 상금 100만원+농심 스낵을 받았다. 삼성 구자욱은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경기에 앞서 PO 1차전 입장권 2만 3550장이 모두 팔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PS) 매진 행진이 13경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올해 가을야구 잔치에서 두산 베어스- KT 위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와 LG- KT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 LG와 삼성의 PO 1차전까지 8경기 연속 매진으로 누적 관중 17만 7500명을 기록했다.

LG와 삼성의 PO 2차전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14일 오후 6시30분부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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