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청출어람(靑出於藍)'의 표상인가.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고사성어를 현실에서 입증하듯 '타격 천재'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아버지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국민 타자’ 이승엽을 넘어 최소 경기·최연소 1000안타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역사를 썼다.
이정후는 2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위즈와 원정 경기에서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뒤 3회 초 1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왼손 투수 웨스 벤자민의 4구째를 받아쳐 1, 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우전 안타로 대망의 1000안타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프로 통산 747경기(6시즌) 만에 1000번째 안타를 기록하며 '바람의 아들'인 아버지 이종범 LG트윈스 2군 감독이 세운 기존의 최소경기 기록 779경기를 32경기 앞당기는 '청출어람'의 기량을 보였다. 23세 11개월 8일 만에 프로야구 1000안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이승엽이 가지고 있던 25세 8개월 9일의 최연소 기록도 동시에 갈아치웠다.
이정후는 2017년 4월 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첫 안타를 기록한 이후 1941일, 만 5년 3개월 23일 만에 1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프로야구 6년 동안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후는 28일 현재 타율(0.343) 1위, 홈런(16개) 공동 5위, 안타(118개) 1위, 타점(70) 4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정후는 또 고졸 신인으로 2017년 데뷔하자마자 역대 시즌 최다인 안타 179개를 때린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63개 △2019년 193개 △2020년 181개 △2021년 167개에 이어 올해까지 6년 내리 세 자릿수 안타를 쌓은 KBO 리그 대표 타격 천재다. 최근 5경기 연속 포함해 시즌 33차례 멀티 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쳐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린 이정후는 6회에도 안타를 날리는 등 후반기 6경기에서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역시 빠른 발과 타고난 야구 감각을 바탕으로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으며 90년대 후반 '해태 왕조'를 이끈 한국 프로야구사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93년, 96년, 97년 3차례 해태 우승과 KIA 인수 후 첫 우승인 09년을 포함해 총 4차례 우승을 견인한 이종범은 정규시즌 MVP 1회, 한국시리즈 MVP 2회, 골든글러브 6회, 미스터 올스타 1회, 올스타 13회. 또한 2002 부산 아시안 게임과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참가해 각각 금메달과 4강 진출에 기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KT가 8-2로 승리했다. 키움은 토종 에이스 안우진이 선발 출격했지만, 5.2이닝 동안 8실점(8피안타 4사사구)하며 무너졌다. KT는 문상철이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의 구단별 은퇴 투어 경기가 잠실 두산 베어스전으로 시작했다. 무더운 날씨에 야구장을 찾은 양팀 팬들은 함께 ‘대~호’로 시작하는 ‘이대호 응원가’를 부르며 KBO 리그 역대 최대 중량 레전드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소속팀 롯데 외 9개 구단이 이대호를 위해 은퇴 투어 행사를 준비했다. 이대호는 "첫 은퇴 투어를 준비해 준 두산에 감사드린다. 저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롯데 팬과 두산 팬들께도 감사하다"면서 "이렇게 축하를 받고 떠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롯데에 8-3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