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하늘의 시샘인가. 결정적 순간 나온 오심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 기록될 수 있었던 SSG 랜더스의 KBO리그 개막 11연승 신기록 행진의 발목을 잡았다. 출범 40주년 프로야구의 새 역사가 쓰일 수 있었던 경기의 분수령에서 나온 오심이라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KBO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심판을 즉각 중징계하며 파장 최소화에 나서는 조치를 했다.
KBO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끝난 직후 해당 경기 파울 타구를 페어로 판정한 1루심 문동균 심판위원을 퓨처스리그로 강등하는 징계를 내렸다. 경기 종료 후 불과 2시간 만에 벌금이나 경고-주의 조치 등이 아닌 곧바로 2군 강등이란 중징계로 오심을 인정했으나 대기록은 이미 멈춘 뒤였다.
이날 경기의 오심은 개막 11연승이라는 대기록이 나올 수도 있는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KBO 허구연 총재와 허운 심판위원장이 직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9회까지 열리는 야구 경기에서 숱한 변동성과 판정이 이뤄지지만 5회 초 판정은 경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오심이어서 더 파장이 컸다.
대기록 수립의 흐름을 바꾼 오심은 5회 초 나왔다. SSG 선발 폰트가 흔들리면서 1-2로 뒤진 5회초 1사 1루에서 최지훈이 LG 선발 애덤 플럿코의 6구째 커브를 공략했다. 타구는 타자 앞에서 튄 이후 1루 방면 파울 라인으로 날아갔다. 타구가 그라운드에 바운드 된 지점은 페어가 인정 되는 지역이지만 LG 1루수 문보경이 볼을 잡은 곳은 파울 지역이었다. 정상적 판정이었다면 파울로 계속 최지훈의 타격이 이어질 상황.
하지만 문동균 1루심은 이를 페어로 판단했다. LG 1루수 문보경은 곧바로 1루를 찍고 2루로 공을 던져 선행 1루 주자 추신수까지 아웃으로 잡아내는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SSG의 추격이 벌어질 수 있는 찬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개막 11연승 가능성도 더 멀어지고 말았다. TV 중계의 리플레이 장면에서도 명백한 파울이었다. 내야에서 형성되는 타구는 비디오판독 대상에서 제외돼 오심을 번복할 방법도 엇었다. SSG 김원형 감독이 판정을 두고 항의했으나 심판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점 차 뒤진 경기 중반 SSG의 귀중한 1사 1루 추격 상황의 이닝이 순식간에 종료되면서 SSG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LG 선수단의 사기는 더 올라갔다. 실제로 LG는 이어진 5회 말 공격에서 박해민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만든 2사 1, 2루에서 문보경이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여 점수 차를 4-1로 벌렸다. 6회 말 1사 1, 3루에서는 홍창기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 스코어를 5-1로 더 달아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결국 LG의 5-1 승리로 끝났고 SSG의 개막 11연승 대기록은 물거품이 됐다.
SSG의 KBO리그 개막 이후 최다 연승은 결국 2003년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10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모처럼 프로야구에 관심과 화제를 모을 수 있는 대기록 탄생을 예기치 못 한 심판의 실수로 찬물을 끼얹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