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두산 김재호와 NC 박석민, 35살 동갑내기의 한국시리즈 '명암'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김재호가 농심 오늘의 깡을 수상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김재호 2경기 연속 MVP...박석민 3경기 연속 '실망'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세상 만물을 양분하여 구분하는 음양의 원리는 야구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는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선 더욱 두드러졌다. 바로 양 팀 공수의 핵으로 기대를 모은 두산 김재호(35)와 NC 박석민(35)이다. 김재호는 2경기 연속 MVP로 선정된 반면 박석민은 경기 도중 교체되는 비운을 안았다. 공교롭게도 나이도 같은 두 선수는 한국시리즈 3차전의 빛과 그림자다.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은 두 팀 합쳐 안타만 22개를 주고받으며 역전 5차례, 동점 4차례의 숨막히는 4시간 24분 공방전이 펼져진 가운데 두산이 7-6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을 내주고 2,3차전을 연달아 승리한 두산은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2승1패로 앞서 나가며 통산 7번째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두산은 1995년과 2001년, 2015년 한국시리즈 때도 1차전을 내준 뒤 2~3차전을 잡으면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역대 기록에서도 두산의 우승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1승1패로 동률을 이룬 15차례 시리즈에서 3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것은 무려 14차례로 93%의 우승 확률을 보인다.

NC 다이노스 선수들 가운데 한국시리즈 경험이 가장 많은 박석민은 3차전까지 아쉬운 플레이를 보이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이처럼 두산의 우승 가능성을 높인 주역 가운데 한 명은 바로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다. 김재호는 이날 개인 통산 80번째 포스트시즌, 38번째 한국시리즈 경기에 나서 7-6 1점차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하며 2경기 연속 MVP에 선정됐다. 18일 2차전에서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5-4 승리를 이끌며 데일리 MVP를 받은 그는 3차전에서도 결승타를 포함한 2타수 2안타 3타점 2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유격수 김재호는 최근 6년 연속 두산이 치른 한국시리즈 27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며 '최강 두산'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 앞에서 맹활약한 김재호는 "아이들 앞에서 아빠로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뿌듯하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반대로 NC 박석민은 고개를 숙였다. 박석민은 4회 말 수비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팀이 3-2로 역전에 성공한 3회초 2사 1루에서 이날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석민은 두산 두 번째 투수 홍건희를 상대로 좌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느릿느릿 2루로 뛰다가 두산 수비진의 정확한 2루 송구에 아웃되고 말았다. 여기서 슬라이딩 도중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NC의 추가점 찬스가 사라진 순간이자, 3차전을 내주게 된 승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슬라이딩 후 손가락 불편함을 호소한 박석민은 결국 4회 말 수비에서 지석훈으로 교체됐다.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NC의 5번 3루수로 고정된 박석민은 NC선수들 가운데 가장 한국시리즈 경험이 많은 선수로 우승에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진한 아쉬움만 남겼다.

18일 2차전에서 박석민은 2회 초 두산 박건우의 타구를 잡은 뒤 후속 처리를 잘하지 못해 1루 악송구를 하고 말았다. 1차전에서 박석민은 4-0으로 앞선 5회초 1사 2, 3루에서 박건우가 친 평범한 땅볼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책을 범했다. 박석민은 삼성 라이온즈에 막 입단했던 2004년 한국시리즈를 시작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고 2010~2015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출전했고,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박석민은 2015시즌을 끝으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2016시즌을 앞두고 4년 최대 96억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석민은 2+1년 최대 34억 원에 NC와 재계약했다. NC가 박석민에게 최대 130억 원을 투자하며 사상 첫 우승에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세상은 역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skp2002@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