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영규 기자] 드라마와 같은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SK 와이번스는 차기 사령탑으로 염경엽(50) 현 단장을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된 데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승 직후 단장이 감독으로 직함을 바꾸는 사례는 흔치 않아 더욱 관심을 끈다.
한동민의 극적인 홈런에 힘입어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SK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염경엽 신임 감독과 계약기간 3년, 계약금 4억 원, 연봉 7억 원 등 총액 2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는 염경엽 감독 선임에 대해 “스마트(Smart)하고 디테일(Detail)한 야구를 지향하는 SK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적인 야구에 대한 실행력을 포함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판단 하에 여러 후보군 가운데 염경엽 단장을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SK는 당초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힐만 감독과 재계약하는 방안을 1안으로 놓고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측은 지난 8월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힐만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SK 감독직에 부임한 힐만 감독은 지난 2년간 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만 감독과의 재계약 협상 테이블은 의외의 변수에 부딪혔다. 힐만 감독이 부모의 병환을 이유로 재계약을 고사하면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SK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 힐만 감독의 최종 결정을 접하고 새 사령탑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힐만 감독과의 재계약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구단 측은 염경엽 단장을 다음 사령탑 1순위 후보로 꼽았다. 단장으로서의 임기가 1년 남아 있기는 했지만, 넥센 시절 '염갈량'이란 별명을 얻으며 감독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보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단장으로서 지난 2년간 SK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팀 적응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팀의 방향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최적의 후보였다.
이 같은 내용이 일부 외부로 흘러나오자 염 감독은 “결정된 것이 아니다. 외부 영입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감독 인선 작업을 지휘해야하는 위치에서 본인이 후보에 오르는 상황이 불편한 탓도 있었다. 이에 따라 몇명의 수석코치급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구단측은 여러가지를 고려해 염 단장을 감독으로 최종 확정하고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바로 발표했다.
염 감독의 연봉 7억원은 이전까지 프로야구 국내 지도자 최고 연봉인 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많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3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이 연봉 5억원 시대를 연 후 연봉 5억원은 감독 최고 예우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기준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의 연봉이 5억원이었다.
염 감독의 연봉은 외국인 감독으로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힐만 감독보다 더 파격적이다. 힐만 감독의 연봉은 60만달러(약 6억83040만원)였다. 염 감독의 연봉도 2년 사이 두 배가 됐다. 넥센 시절 염 감독 연봉은 3억5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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