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괴물 투수' #류현진이 다시금 괴물의 면모를 드러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류현진(31·LA다저스)은 올 시즌 모두 4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을 챙겼다. 3승은 다승 부문 내셔널리그 공동 3위에 해당한다. 투구 내용도 좋다. 평균자책점 1.99로 내셔널리그 7위다. 전성기에 버금가는 피칭이다.
'괴물'의 본능을 일깨운 일등공신은 단연 포심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모두 345개의 공을 던졌다. 이 중 포심과 커터를 88개씩 뿌렸다. 결과는 달랐다. 전 세계 최고 기량을 뽐내는 메이저리거 타자지만 류현진의 포심을 공략해 안타를 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대신 류현진은 포심을 결정구로 활용해 9명의 타자를 삼진 처리했다. 현재까지 잡아낸 27개 삼진 중 3분의 1이 포심에서 나왔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최종병기인 만큼 포심으로 내준 볼넷은 4개로 류현진이 장착한 구종 중 가장 많다. 그렇다고 제구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볼넷이 많다는 건 다르게 보면 포심에 대한 류현진의 믿음이 굳건하다는 방증이다.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 류현진의 선택은 포심인 셈이다.
올 시즌 류현진이 주무기로 장착한 커터는 포심과 비교한다면 좀 더 다듬어야 한다. 류현진이 뿌린 88개의 커터 중 삼진으로 연결된 건 7개며 볼넷은 1개다. 반면 올 시즌 류현진이 허용한 유일한 홈런은 커터에서 나왔다. 또 단타와 2루타도 하나씩 있다. 커터의 피장타율은 0.333이다. 피장타율 '제로'의 포심이 대단한 거지 커터의 구위가 나쁜 건 결코 아니다.
류현진의 다른 무기인 체인지업(55개)과 싱커(50개) 그리고 커브(59개)와 슬라이더(5개) 역시 위력적이다. 모두 6개의 삼진과 볼넷 1개를 기록한 체인지업의 피장타율은 0.353이며 싱커(삼진 0개, 볼넷 1개)와 커브(삼진 5개·볼넷 1개)의 피장타율은 각각 0.429와 0.455로 준수하다.
고무적인 건 류현진이 여전히 다양한 구종을 시험함에도 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2일 애리조나와 시즌 첫 등판에서 류현진은 포심(10개)과 싱커(17개), 체인지업(11개), 슬라이더(5개), 커브(14개), 커터(17개) 등 자신의 전 구종을 다양하게 뿌렸다. 결과는 조기강판. 이후 10일 오클랜드와 경기에서 류현진은 포심(28개)과 커터(25개)의 비중을 높였다. 간혹 체인지업(13개)과 커브(15개)를 섞어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뺐었다. 16일 샌디에이고와 경기에서 류현진은 포심에 더 무게를 실었다. 35개의 포심을 뿌린 류현진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연승에 성공했다. 21일 워싱턴과 경기에서 류현진은 커터로 3연승 고지를 밟았다. 29개의 커터는 워싱턴 타자들의 무력하게 했다. 반면 포심은 15개 밖에 던지지 않았고, 대신 체인지업(19개)으로 변화를 줬다.
깨어난 괴물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포심과 커터가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체인지업까지 살아나고 있다. 류현진은 안정적인 제구와 구위를 위해 속도보다는 무브먼트에 주력하고 있다. 조기 강판한 2일 애리조나 전 당시 류현진 포심의 무브먼트를 보면 7.57인치(약 19.22cm) 상하로 이동했다. 반면 포심 비중을 크게 높인 16일 샌디에이고 전에서 포심의 볼끝은 살아 움직였다. 이날 포심의 상하 움직임은 9.25인치(23.49cm)로 집계됐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의 회전력을 높였기에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도 류현진의 포심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단순히 공만 좋다고 에이스가 되는 건 아니다. 투수의 생명은 제구다.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활용하며 포심의 위력을 더 높였다. 아울러 커터와 체인지업, 커브까지 동반해 쉽사리 공략하기 힘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난공불락 요새로 변했다. 류현진 돌풍의 비밀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자로 잰 듯한 제구력과 타자 몸 쪽에 붙였다가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뛰어난 피칭 매커니즘, 여기에 회전력 높은 정확한 포심과 포심의 조력자 커터와 체인지업의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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