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는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위치한 홈구장 체이스필드로 LA 다저스를 불러들여 2018시즌 메이저리그 홈개막 경기를 가졌다. 이날 경기는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반가운 얼굴이 체이스필드를 찾은 관중의 환호와 함께 마운드로 향했다. '핵잠수함' 김병현이다. 애리조나 구단은 창단 20주년을 맞아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김병현을 시구자로 초대했다. 김병헌은 15년여 만에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체이스필드 마운드의 투구판을 밟았다. 시구자 김병헌. 관심은 투구폼이었다.
경기 전 미국 기자들은 "오늘 시구에서 사이드암으로 던질 것이냐"고 물었다. 김병현은 "예전에는 사이드암 선수들이 없었는데 요즘 많아졌다. 좋은 모션이 나오면 더 치기 힘든 폼"이라고 답해 기대를 자아냈다. 이어 김병현은 "오늘 류현진이 잘 던지겠지만 애리조나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친정팀을 응원해 어떤 시구를 할지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
이윽고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버스로로 시구를 마쳤다. 지난 겨울까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활약한 김병현인 만큼 역동적인 시구를 기대했던 팬들은 진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았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병현은 애초 오버스로 투수였다. 학창 시절 구속은 빨랐지만 제구에 문제가 있어 코치의 제안으로 사이드암으로 전향했다"며 "아마 최초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 오버스로로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쌓아가던 김병현은 2001년 애리조나의 포스트 시즌에서도 맹활약했다. 챔피언십 3경기 5이닝 동안 무실점과 무 피안타, 2세이브란 완벽한 호투를 펼쳤다. 김병현은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4차전에 등판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하는 명예까지 안았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달랐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애리조나가 2승1패로 시리즈 전적에서 앞선 4차전, 김병현은 8회 애리조나가 3-1로 앞서던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김병현은 스펜서, 브로셔스, 소리아노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화려하게 월드시리즈에 데뷔했다. 9회 말, 애리조나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첫 타자 데릭 지터까지 땅볼로 처리하며 승리를 위해 단 두 개의 아웃 카운트만을 남겼다. 그러나 닐 오닐에게 이날 첫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를 삼진으로 잡으며 승리까지 단 원 아웃 만을 남겼다. 남은 타자는 양키스의 티노 마르티네스 단 한 명 뿐이다.
5차전 또한 김병현은 결정적 홈런을 내주며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였다. 2-0으로 앞서던 9회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첫 타자 포사다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어진 스펜서와 노블락을 범타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홈런에 눈물을 삼켰다. 브로셔스에게 뼈아픈 투런 홈런을 허용해 다시 좌절을 맛봤다. 애리조나는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역전패 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6, 7차전에서 기적같은 승리를 따냈고, 김병현은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획득했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월드시리즈였지만 김병현의 활약은 결코 평가절하되지 않았다. 당시 애리조나의 팀 동료이자 '레전드' 커트 실링은 김병현을 향해 "애리조나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투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2001년 영광을 뒤로하고 2003년까지 애리조나에서 뛰던 김병현은 2004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했다. 이후 콜로라도와 마이애미 등을 거쳐 2007년 빅리그에서 은퇴했다. 태평양을 건너 일본 무대로 자지를 옮긴 김병현은 라쿠텐을 거쳐 2012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넥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14년 고향인 광주를 연고로 한 KIA로 적을 옮겼지만 2016년 말 방출됐다. 방출 후에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병현은 지난 겨울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