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이 12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홈런 3개를 허용했다.
4이닝 동안 피안타 6개. 그 가운데 3개가 홈런이었고 4실점 모두 홈런으로 나왔다. 다저스가 9-7로 역전승, 패전투수를 면했지만 선발투수로서 입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5㎞, 평균 구속은 142㎞로 지난 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의 152㎞, 14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홈런을 허용한 구종은 2개가 패스트볼, 1개가 슬라이더였다. 결국 복귀 후 류현진 피칭의 불안감은 패스트볼의 스피드에서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예외는 있지만 통계적으로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수술 이전에 비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대체로 구속 저하와 구종의 제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올시즌 류현진은 떨어진 구위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모로 애써 왔다.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높인 것이 그 가운데 하나다.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첫 승을 거둔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는데 한계가 있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이 어느 정도 위력을 갖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 이후 류현진의 좋은 무기 가운데 하나가 됐던 '고속 슬라이더'가 있다. 슬라이더는 타자의 정확한 타격을 피하기에 효과적인 공이지만 홈런이 많이 나오는 공이기도 하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거의 변화하지 않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갑자기 꺾이기 때문에 피홈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어깨 수술뿐 아니라 팔꿈치 수술도 받았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예전 같은 위력을 보이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컷 패스트볼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예전의 슬라이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좀 더 빠른 커터를 활용해 패스트볼 구속 저하의 핸디캡을 극복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커터는 스피드와 움직임, 제구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공이다. 뛰어난 커터는 구종 단순화마저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커터는 좋은 슬라이더보다 못한 공이 된다. 충분한 연마 없이 시즌 도중 던져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속이 수술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땅볼 타구를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공을 던질 수 없다면 피홈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남은 것은 제구력이다. 체인지업이나 커터 같은 특정 구종이 류현진을 구할 수는 없다. 완벽하게 제구된 다양한 공을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이 예전에도 류현진의 강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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