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류현진이 6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과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올시즌 최다인 7이닝을 던졌다.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또' 커터를 던졌다는 점이다.

류현진의 커터가 화제가 된 것은 지난 1일 세인트루이스와 경기에서 수술 이후 최고의 피칭을 보였을 때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그가 던진 것이 커터인지 고속 슬라이더인지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 이제는 커터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류현진에게 커터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다.

류현진은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뒤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했다. 그는 원래 강속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가 아니다. 뛰어난 체인지업이 타자들에게 그의 패스트볼을 더 빠르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류현진이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4월 샌프란시스코전, 첫 승을 거둔 지난달 필라델피아전에서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극도로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패스트볼 구속이 살아나지 않는 한 체인지업의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평균 구속이 이닝을 거듭할 수록 눈에 띄게 떨어질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또 하나의 선택은 슬라이더다. 그러나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에게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는 미국에 진출한 뒤부터 좋은 슬라이더를 던졌다. 국내에 있을 때는 많이 던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터라 슬라이더를 기피한 까닭이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거의 변화하지 않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갑자기 꺾이기 때문에 위력적이었다. 이는 커터의 특징이기도 하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뛰어나지 않을 때 패스트볼과 속도 차이가 크지 않은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류현진에게 커터가 의미있는 이유다.

류현진이 누구에게 어떻게 배워서 언제부터 던졌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심지어는 그가 던지는 공이 정말 커터인가 하는 것도 무의미할 수 있다.

줄여서 커터라고 부르는 컷 패스트볼은 패스트볼 또는 슬라이더의 변형이다. 포심 패스트볼보다 속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슬라이더처럼 변화한다. 왼손 투수인 류현진이 던지면 오른손 타자의 몸 쪽으로 움직인다. 변화의 폭이 작지만 타자가 스윙을 시작할 때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배트 중심에 맞히기 힘들다. 그런데 이 공은 자연발생적인 면이 크다. 패스트볼의 스피드와 커브의 변화를 절충한 것이 슬라이더인 것처럼, 슬라이더에서 패스트볼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커터이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은 그립, 공을 누르는 지점, 손목의 움직임, 투구 동작 등에 따라 다양한 성질의 공이 나올 수 있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 좌우 방향의 회전을 더 많이 걸면 옆으로 더 휘는데 이 공이 바로 커터다. 류현진처럼 슬라이더 그립으로 스냅만 바꿔서 빠른 공을 던져도 비슷한 궤적이 나올 수 있다. 커터의 대명사와도 같은 마리아노 리베라가 커터를 '발견'한 뒤 이 새로운 공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한 것도 어느 정도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컷 패스트볼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그러나 현재의 커터와 비슷한 공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생긴 것은 비슷한 공을 던지는, 그리고 효과를 보는 투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에 자연적인 것 이상의 변화를 주기를, 슬라이더를 패스트볼만큼 빠르게 던지기를 원하는 투수의 열망이 만들어낸 것이 커터인 셈이다.

많은 투수들이 커터를 던지지만 리베라만큼의 위력을 보이는 투수는 많지 않다. 같은 뉴욕 양키스의 필 휴스는 리베라와 똑같은 그립으로 던졌지만 마지막 순간의 변화가 별로 없는 패스트볼이었다. 리베라의 커터는 빨랐고, 움직임이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확한 컨트롤이 리베라의 커터를 다른 투수들의 그것과 다른 공으로 만들었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때도 그 바탕은 제구력이었다. 그가 커터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제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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