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볼파크] 아버지와 너클볼

kt 투수 피어밴드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kt가 3일 벌어진 2017 KBO리그 홈경기에서 롯데를 9-2로 꺾고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났다. 12안타를 터뜨린 타선도 활발했지만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의 호투가 돋보였다. 시즌 4승째를 올린 피어밴드는 평균자책점 1.67로 KIA 양현종(1.52)과 헥터 노에시(1.65)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넥센에서 kt로 이적한 피어밴드가 놀라울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변모한데는 너클볼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피어밴드는 넥센에서도 너클볼을 던졌지만 한 경기에 몇개 정도였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중요한 구종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전에서도 패스트볼(34개)과 체인지업(32개) 다음으로 많은 19개의 너클볼을 던졌다.

피어밴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너클볼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그에게 너클볼을 가르쳐준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투수였고 이후에도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다가 너클볼을 배웠다는 것이다. 프로에 들어가면서부터 멀리했고 나중에 가끔씩 던졌던 너클볼을 이번 시즌에 본격적으로 다시 던지게 됐다.

아버지로부터 너클볼을 배웠다는 피어밴드를 보면 떠올리게 되는 투수가 있다. 너클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필 니크로다. 너클볼 투수로는 유일하게 통산 300승을 넘기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니크로도 아버지에게서 너클볼을 배웠다.

탄광의 광부였던 니크로의 아버지는 148km의 빠른 공을 던지던 세미프로 투수이기도 했다. 팔을 다친 뒤 강속구를 던질 수 없게 된 그는 동료 광부로부터 너클볼을 배웠다.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다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이상한 공을 목격한 니크로는 즉각 관심을 보였다. 위대한 너클볼 투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광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을 물려준 셈이다.

니크로가 300승을 달성할 때 그의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있었다. 너클볼 투수가 기념비적인 경기를 앞둔 순간이었기 때문에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했고 니크로가 아버지로부터 너클볼을 배웠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피어밴드의 너클볼도 니크로처럼 세 손가락을 사용하는 그립이다. 그렇지만 그의 너클볼은 니크로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120km 안팎의 스피드로, 너클볼로는 빠른 대신 변화가 심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로 성공한 최근의 투수인 R. A. 디키도 빠른 너클볼을 던지지만 피어밴드에 비해서는 현란한 변화를 자랑한다. 니크로나 호이트 윌헬름 같은 투수들의 너클볼은 불규칙한 움직임이 극심해 전담 포수가 필요할 정도지만 피어밴드의 공은 넥센의 박동원이나 kt 장성우가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그립이나 회전을 억제한다는 면에서는 너클볼이지만 실제로는 체인지업에 가까운 것이 피어밴드의 너클볼이다. 그가 올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너클볼보다 안정된 제구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니크로는 너클볼 덕분에 49세 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피어밴드는 너클볼로 이국땅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피어밴드와 니크로의 너클볼 위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아버지가 미래에 야구 선수가 될 아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전해준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라는 점만큼은 다를 바가 없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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