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하는 4번타자' 김태균, 연속 출루 기록의 의미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연속 출루는 연속 안타에 비견할 만한 기록일까? 4번타자가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화 김태균이 18일 열린 2017 KBO리그 LG와 홈경기 4회말에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쳐 연속 출루 기록을 60경기째 이어갔다. 박종호(현 LG 코치)의 59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넘어서며 국내선수 신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선수까지 포함한 최다 기록(펠릭스 호세, 63경기 연속)에도 3경기 차로 다가섰다.

박종호는 김태균이 깨뜨린 연속 경기 출루 외에 연속 경기 안타 기록(39)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속 경기 안타를 연속 경기 출루보다 더 대단한 기록으로 본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매 경기 안타를 쳐야하는 것에 비해 안타와 사사구 가운데 하나를 기록하면 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긴 기간에 걸쳐 쌓여온 기록에서 연속 안타와 연속 출루 사이에 20경기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연속 안타가 더 인정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산성이다. 사사구가 섞여 있는 출루는 타점이라는 기준에서 안타에 비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타자가 사사구로 타점을 올리려면 모든 베이스가 차 있어야 하지만 안타는 홈런의 경우 주자가 한 명도 없어도 타점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결과로서 팀에 대한 기여는 다를 수 있다. 박종호를 제외하면 안타와 출루의 연속 경기 기록 상위에 올라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겹치지 않는데 연속 출루 쪽의 타자들이 통산 OPS(출루율+장타율)에서 대체로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5경기 이상 연속 안타를 기록한 9명의 타자들 가운데 통산 OPS 9할을 넘긴 선수는 김기태(0.923)뿐인데 비해 50경기 이상 연속 출루를 기록한 6명의 타자 가운데는 호세(1.023)와 김태균(0.964), 심정수(0.921) 등 3명이나 있다. 즉, 기록으로서는 연속 안타가 어렵지만 강타자들이 세운 기록은 연속 출루 쪽인 것이다.

김태균은 한화의 부동의 4번타자다. 전통적인 타순의 개념에서 4번타자는 홈런타자인 경우가 많았다. 한화 팬들의 응원 구호와는 달리 김태균은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다. 어쨌든 4번타자에게는 꼭 홈런이 아니더라도 출루보다는 타점과 장타율이 중시된다. 득점 기회를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기회에서 득점을, 그것도 될 수 있으면 많이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강타자의 출루율이 높은 것은 상대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강타자가 모두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자신이 치기 좋은 공만 골라 쳐서 안타를 만들어 내야 출루율이 높아질 수 있다. 김태균이 바로 그런 타자다. 국내에서 뛴 14시즌 동안 딱 한 번을 빼고는 모두 4할대 출루율을 기록했다.

톱타자가 확실하게 선두타자로 나서는 것은 1회뿐이다. 그런데도 톱타자의 출루율이 중요한 것은 가장 타석에 많이 들어서기 때문에 팀 전체의 출루를 늘릴 수 있어서다. 마찬가지로 4번타자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만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1회가 3자범퇴로 끝나 2회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설 때도 있고, 2사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를 상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어떤 4번타자는 홈런을 치고 어떤 4번타자는 출루를 한다. 그 타석만으로는 홈런의 생산성이 당연히 크다. 그러나 4번타자의 출루도 팀 전체의 득점 기회를 늘린다. 능력이라기보다는 유형의 문제다.

김태균은 딱 두 번 한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쳤고 2009년 이후에는 지난 시즌의 23개가 최다 홈런이다. 그렇지만 통산 OPS가 0.964로 이승엽(0.965)에 이어 2위다. 통산 장타율이 0.533에 이르기 때문이다.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강타자가 되기에 충분할 만한 장타력을 갖고 있다. 타율과 타점, 장타율 등 타격 전 부문에서 뛰어난 모습이다. 그래서 그의 출루율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신기록 수립이 걸린 LG와 경기에서 김태균은 네 번 타석에 들어서 2안타와 볼넷 한 개로 세 번 출루했다. 네 번 가운데 세 번을 선두타자로 나섰으며 그의 앞에 주자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2로 뒤진 6회말 1사후 2루타를 치고 출루해 후속 안타 때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9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 공격의 물꼬를 텄는데 결국 그의 대주자였던 강경학이 상대 투수의 1루 악송구로 홈을 밟아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4번타자의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다.

4번타자는 홈런을 치기도 하고 출루를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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