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버나디나-김선빈 테이블 세터의 의미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10경기씩을 치렀다. 눈에 띄는 타자가 있다. KIA 김선빈이다.

김선빈은 12일 현재 타율 0.394로 타격 5위에 올라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팀내 최고 타율이고, 중심타선의 최형우 나지완과 함께 최고 타점(8)이다. 주목할 것은 그가 유격수라는 점이다.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이다. 타격보다는 수비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유격수의 타격성적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지명타자와는 정반대다. 2루수 안치홍과 함께 KIA의 탄탄한 내야수비를 이끌고 있는 김선빈이 타격에서도 팀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KIA에서 출루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나지완(0.474)이고 그 다음이 김선빈(0.447)이다. 출루율로 보자면 김선빈의 톱타자 기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 톱타자에게 출루율은 중요하다.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아웃될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톱타자가 확실하게 선두타자로 나서는 것은 1회뿐이다. 그런데도 출루율이 중요한 것은 톱타자가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다. 즉, 톱타자가 출루율이 높으면 팀 전체의 타석수가 늘어나고 득점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선빈은 2번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하위타선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타순이 조정됐고, 노수광이 트레이드로 SK로 옮겨가면서 2번을 맡았다. SK에서 온 이명기가 한 차례 2번으로 나섰지만 그 외에는 김선빈이 그 자리를 맡았다. 그리고 2번으로 나선 4경기에서 13타수 6안타로 타율 0.462에 2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2번타자의 역할을 톱타자와 중심타선을 연결해주는데 중점을 뒀다. 그래서 작전수행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야구에서는 빅이닝을 만들기 위해 상위타선을 모두 강타자로 채운다. 2번에도 강한 타자가 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타격 페이스가 좋은 김선빈을 2번으로 올린 것은 공격적인 야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김선빈은 12일 두산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KIA는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데 팀 평균자책점이 5.06으로 10개 팀 중 9위다. 팀 타율도 0.254로 6위다. 마운드 정비도 필요하지만 타자들의 효율적인 기용이 매우 중요하다. 결과론이 될 수 있지만 타순을 잘못 짜면 득점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몇 점 때문에 승패가 바뀔 수도 있다.

KIA의 톱타자는 외국인선수 버나디나가 맡고 있다. 그런데 톱타자로서 버나디나의 성적은 기대에 못미친다. 타율이 0.250, 출루율이 0.317이다. 이론적으로 팀 전체의 타석수를 줄이고 득점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도 김기태 감독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1번 타순을 바꾸지 않았다.

KIA는 1번타자로 쓰기 위해 주루가 좋은 버나디나를 데려왔다. 중심타선은 외국인선수 대신 FA 최형우를 영입해 보강했다. 타선 운용에 대한 구상이 이미 짜여져 있다. 시즌 초반 버나디나의 페이스가 좋지 않다고 해서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타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김선빈을 2번에 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현재 상황에 맞게 타자 기용에 변화를 주면서도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보고 가장 바람직한 선수의 역할을 나누기 위해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야구감독은 정말 노심초사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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