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송구홍 단장 선임, '선수 출신'에 대한 좀 다른 생각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야구단 LG가 1일 송구홍 운영팀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관심을 끈 것은 그가 '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기존 SK 민경삼 단장과 두산 김태룡 단장에 이어 최근 한화가 박종훈 단장을 영입했고, 송 단장까지 LG 프런트를 이끌게 되면서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4개 구단의 단장을 선수 출신이 맡게 됐다. 그러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감독의 위상이 높은 현장 중심 야구에서 단장으로 상징되는 프런트 중심의 야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나는 것은 SK와 두산이 거둔 성과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그것이 프런트 중심 야구로의 변화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대학 때까지 선수로 뛰었던 김태룡 단장이 현재의 두산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출신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선수 출신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적 상황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장(General Manager)이 야구단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문가로 여겨진다. 성과로 평가와 대우를 받고 감독처럼 필요한 팀에 영입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구단 모기업의 임원이 단장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업 경영을 위해 일해왔던 이들이 왜 야구단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는가? 야구인들은 '야구를 몰라서'라고 한다. 야구를 모르다보니 자리만 지키다가 때가 되면 떠나고, 그에 따라 멀리 내다보는 계획과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구도 모르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단장'이 최악의 단장, '나는 야구를 모르니 열심히 지원만 하겠다'는 단장이 최고의 단장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그래서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하려면 야구를 아는 단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이 있게 되기까지는 제 역할을 못한 단장들의 책임도 있지만 현장에서 겪은 것만이 야구라는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과연 '야구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단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머니 볼'로 유명한 빌리 빈이다. 연봉 순위도 리그 순위도 최하위권인 오클랜드를 강팀으로 변모시켜 모두를 놀라게 한 빈은 '선수 출신'이다. 유망주였던 그는 외야수로 뉴욕 메츠에 입단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미네소타와 디트로이트를 거쳐 오클랜드로 팀을 옮겼지만 결국 선수로는 성공하지 못하고 은퇴해 스카우트가 됐다. 그런 빈을 세이버매트릭스의 세계로 이끈 사람이 샌디 앨더슨이다.

빈에 앞서 오클랜드 단장이었던 앨더슨은 변호사 출신으로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앨더슨은 빈이 세이버매트릭스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빈이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 가치 평가 방식은 '야구를 아는' 빈에게 황당하게 느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빈은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였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야구를 잘 아는 것이 익숙함을 의미한다면 결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몸에 밴 관습과 머릿속에 자리잡은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한다면 야구를 잘 아는 것이 단장의 장점이 될 수 없다. 야구를 가장 잘 아는 감독이 프런트의 역할까지 하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박종훈 단장과 송구홍 단장이 한화와 LG를 변화시킨다면 그것은 선수로서의 경험 덕분이 아니라 타고난 구단 운영자로서의 자질과 은퇴 이후 스태프로서의 경험,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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