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 은퇴! '비운의' 좌완 투수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전병두 은퇴! 혹사만 없었더라면…'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이 있다. 강속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단면이다. 그렇게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할 '왼손 파이어볼러'가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시속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리던 SK 와이번스의 전병두(32)가 은퇴의 길에 접어든다.
8일 SK 와이번스는 전병두 은퇴 소식을 전했다. "전병두 선수가 은퇴를 결정하고 팬들을 위해 마운드에서 마지막 피칭을 한다"고 밝혔다. 전병두는 10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등판해 은퇴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결국 완전히 꽃 피지 못한 '비운의 좌완'이다. 전병두는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첫 해 6경기에 등판한 그는 2004년 35경기에 나서 4패 1홀드 평균 자책점 5.51의 성적을 남겼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공을 갖추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았다.
2005년 KIA 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기는 그는 49경기 나서 3승 2패 5세이브 2홀드 평균 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구위에 경험을 더하며 '왼손 파이어볼러'의 위력을 떨쳤다. 이듬해 5승 8패 평균 자책점 4.35, 2007년 3승 2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한 그는 2008년 SK로 이적했다.
2008년 10경 출전(2승 4패)에 그쳤던 그는 2009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9경기에 나서 8승 4패 8세이브 1홀드 평균 자책점 3.11을 마크했다. 2009년 5월 23일 두산전에서 9타자 연속 삼진을 뽑아내며 기세를 드높이기도 했다. 2010년에도 5승 2패 1홀드 평균 자책점 3.06의 준수한 기록을 남긴 그는 2011년 3승 3패 3세이브 8홀드 평균 자책점 3.80의 성적을 적어냈다.
소위 말하는 '포텐 폭발'에 성공했지만 너무 많이 던졌다. 세 시즌 동안 보직을 가리지 않고 '애니콜'로 활약한 게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최고의 구위를 자랑했던 2009년 무려 133.1이닝을 던진 것이 컸다. 여러 차례 어깨의 이상을 느긴 전병두는 결국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1년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좀처럼 컨디션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5년 재활' 끝에 은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KBO리그 통산 280경기 29승 29패 16세이브 14홀드 평균 자책점 3.86의 기록을 안고 10월 8일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된 전병두다.
10년 전 전병두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한국 국가 대표로 참가했다. 대표팀의 막내로 '4강 신화'에 힘을 보탰다. 당시 투수 코치였던 선동열 전 감독의 눈에 띄어 태극마크의 영광을 안았고, '지옥의 왼손 파이어볼러'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쳤다. 이후 KBO리그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최고 좌완'으로 성장했으나, 부상의 덫에 걸려 선수 생활을 조기에 마감하게 됐다.
최고의 유망주로 태극마크까지 달며 승승장구 했던 전병두. 하지만 그도 '혹사 후유증'은 피해갈 수 없었다. 지옥에서 데려온 왼손 파이어볼러도 무리한 투구에 너무 빨리 어깨가 꺾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