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선발 등판하면 뭐하겠노. 승리는 다른 선수가 하겠지!'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돈다발을 풀어 '야신'과 슈퍼스타를 차례로 영입했으나 결과물은 '꼴찌'. 돈으로 성적을 살 수 없다는 것을 한화 이글스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야신' 김성근 감독 영입을 시작으로 거금을 들여 FA 송은범(34억 원), 배영수(21억5000만 원), 권혁(32억 원), 정우람(90억 원), 심수창(13억 원)과 외국인 선수 에스밀 로저스(190만 달러), 윌린 로사리오(130만 달러)를 차례로 영입했으나 성적은 여전히 밑바닥이다.
한화는 올 시즌 전부터 KBO리그 최고 화두였다. 3년 연속 FA 거물을 싹쓸이했고, 투타엔 전직 메이저리거를 배치했다. 지난해 오버 페이스로 실패하긴 했으나 5강 가능성을 보여주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다. KBO 관계자와 야구 해설가 역시 1000만 관중의 키는 한화가 쥐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관심 속에 2016년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는 개막전부터 실망으로 바뀌었다. LG 트윈스에 연장 2연패를 당하며 삐걱거리더니 좀처럼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문제가 됐던 '퀵후크'(선발 투수 3실점 이하 6회 이전 강판)는 여전했고, 불펜 과부하는 계속됐다. 전현직 감독들도 고개를 가로저었던 시즌 특타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성적표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불신의 화살표는 김성근 감독에게로 향했다. 선수들의 기분, 감정은 물론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기용과 훈련은 물론 외국인 선수 관리 감독에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28일 한화는 넥센 히어로즈를 13-3으로 대파하며 주중 3연전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 선수 기용이 있었다. 바로 선발 송은범이다. 지난 26일 롯데 자이언츠전(4-12 패배) 선발이었던 송은범이 또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14년 만의 2경기 연속 선발 등판 경기였는데 2002년 최향남(당시 LG 트윈스)의 2경기 연속 등판을 지시한 감독도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다.
많은 우려의 시선 속에 두 경기 연속 선발 등판한 송은범은 4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직구 구속은 시속 140km 중반대를 찍으며 고군분투했다. 팀도 대승을 거두며 김성근 감독의 지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으로 끝났으나 팀을 위해 2경기 연속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으로선 조금은 언짢은 기분을 안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7-0으로 크게 앞서고 있던 5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권혁과 교체됐다. 승리 요건에 아웃 카운트 세 개를 남겨둔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교체 사인을 낸 것이다. 이닝이 많이 남았고, 1승이 절실한 한화지만 14년 만에 연이어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으로선 기분 좋을 리 만무하다.
위기를 자초한 선수 본인의 탓이 크겠지만, 김성근 감독을 '칼같은 교체'는 자칫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의 동기부여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감독과 선수의 믿음에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수는 선수대로 감독에게 믿음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송은범은 경기 후 "더 던지지 못해 너무 아쉽다. 실점 위기를 자초했지만 우리 타자들의 힘을 감안하면 더 득점할 수 있었다. 상대 투수도 신재영이 내려가고 추격조들이 나오는 상황인데. 더욱이 7점이란 스코어가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우회적으로 승리를 앞두고 교체를 지시한 김성근 감독에게 불만 아닌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김성근 감독의 '매몰찬 교체'는 이날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13일 정근우 역시 굴욕적인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선발 출장했으나 4회 2사 1, 2루에서 기회에서 강경학과 교체됐다. 앞선 수비에서 실책이 나와 '문책성 교체'에 가까웠다. 0-5에서 2-5까지 추격을 시작한 상황에서 '신예'에게 밀린 정근우는 더그아웃에서 불만 섞인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과거 'SK 와조'를 함께했던 두 선수들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했을 것이다.
시즌 내내 야신의 독단적인 선수 기용은 계속되고 있다. 송창식은 벌투 논란에 휩싸였고, 권혁과 박정진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장민재는 하루가 멀다하고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회전근을 소모하고 있다.
선수 시절 김성근 감독과 함께 야구를 했던 한 해설 위원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한화 야구에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베테랑을 교체한다면 감독과 선수 간의 불협화음도 생길 수 있다. 다만 SK에서 활약했던 선수라면 그나마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알 것이다. 하지만 김태균이나 이용규 같은 선수라면 문제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 전체가 공통의 목표 아래 하나가 돼야 비로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단체 스포츠다. 특히,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라면 팀 목표와 시즌 계획 그리고 선수단 구성부터 관리 감독까지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아야 명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제아무리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이라해도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교체 아웃을 지시하는 김성근 감독. 선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눈앞의 1승을 위해 선수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과연 선수를 위한 것인가, 팬을 위한 것일까.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선수들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감독을 과연 명장이라 할 수 있을까. 한 야구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선수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야구다. 대부분 야구인은 이미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