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지난해 한반도를 홀린 최고 히트곡을 꼽자면 트로트 가수 이애란(52)의 '100세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해라'를 입에 달고 살 정도였으니까요. 가사를 보면 100세까지 인생을 즐기다 저세상으로 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의료 과학이 발전한 현시대를 반영한 노래이지요.
스포츠 세계 역시 과거와 다르게 선수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고 30대가 넘으면 '노장'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최근엔 30대 중반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는 선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축구, 농구 등 다른 구기 종목과 다르게 체력 소모가 덜한 야구계에선 '30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 합니다.
몸을 비트는 투구폼으로 한국-일본-미국 무대를 차례로 경험한 구대성(46·시드니 블루삭스) 역시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노익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 어느덧 48세. 지천명(50세)까지 2년 부족한 나이입니다.
그는 지난 1993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13시즌 동안 67승 71패 2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습니다. 2000 시드니올림픽,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해 각각 동메달과 4강 진출을 이끌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2001년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2004년까지 4년간 활약하며 24승 3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작성해 200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뉴욕 메츠)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죠.
호주에서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구대성은 "50세까지 던지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하고 싶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렇다면 한미일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는 누구일까요. 우선 KBO 리그부터 살펴봅시다. 과거 한화 마운드를 책임졌던 송진우(50)는 지난 2009년 9월 23일 43세 7개월 7일의 나이로 마운드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령 등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타자로 눈을 돌려보면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펠릭스 호세(50)가 지난 2007년 5월 10일 SK 와이번스전에 42세 8일의 나이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공식적으로 호세가 '최고령 타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공식적으론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홀리오 플랑코(57)가 '진짜' 주인공입니다. 당시 플랑코는 1961년생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 등록을 했으나 후에 1958년생임을 인정했습니다.
나이를 속이며 호세에게 'KBO 리그 최고령 타자' 타이틀을 빼앗긴 플랑코는 메이저리그에선 48세의 나이로 2007년까지 활약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홈런(48세 256일ㆍ2007년), 역대 최고령 만루 홈런(46세 308일ㆍ2006년) 기록을 보유하고 있죠. 지난해엔 56세의 나이로 일본 독립리그인 야구챌린지(BC) 리그에 속한 이시카와 밀리언 스타스에서 감독 겸 선수로 뛰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16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2군 타격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선수는 1953년 46세 때 은퇴했다가 12년 뒤 58세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오클랜드 전신)의 세이첼 페이지가 주인공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좌완 투수 야마모토 마사(51)가 노익장을 자랑했습니다. 지난해 50세의 나이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최고령 타이틀'을 독식했습니다. 지난 1986년 데뷔, 통산 580경기에서 219승 165패를 기록했습니다. 야마모토는 2006년 41세 1개월의 나이로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지난해 9월에는 최고령 승리투수(49세 25일)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늦은 나이까지 그라운드를 지킨 야마모토는 다음 달 6일을 공식 은퇴 날짜로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