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박병호, 악플러 대처법도 '거포'다웠다!

거포 박병호의 악플러 대처법. 박병호가 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포다운 악플 대처법을 보였다. / 그랜드힐튼호텔 = 남윤호 기자

"악플러,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

[더팩트ㅣ그랜드힐튼 = 이성노 기자] '박뱅'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는 과연 '거포'다웠다. 일명 '국거박(국민 거품 박병호)'라는 아이디로 3년 동안 지겹도록 자신에게 '악성 댓글' 단 악플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인간다운' 태도를 보였다.

박병호는 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네소타 트윈스 입단 후 처음으로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의 빅리그 입성에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고 기자회견은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협상 과정, 맞붙고 싶은 투수, 소속팀 미네소타 트윈스, 포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 가운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국거박'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다. 한 취재진은 "악플러 고소에 대해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라고 물었고, 박병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속내를 털어놨다.

박병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선 노코멘트를 하려고 했다"며 입을 열었다. 순간 현장은 정적이 흘렀고, 취재진의 시선으로 박병호의 입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예민한 사항이다. 솔직히 그분을 만나보고 싶다. 만나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같이 사진을 찍어서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다. 그럼 자신도 느끼는 게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사진을 보고 (악플러가) '우리 아들이었네' 또는 '내 친구였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는 어떤 말을 하려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뜨거운 취재 열기!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기자회견이 열린 7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은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 그랜드힐튼호텔 = 이성노 기자

수년째 지속적으로 자신을 비난해온 악플러. 제 아무리 공인이라 할지라도 웃고 넘기기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소를 하기에도 조심스럽다. 분명 박병호 역시 법적 대응까지 가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노코멘트'를 생각할 만큼 예민한 문제였다. 박병호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법적인 조치보단 우선 상대를 만나 이야기로 풀고 싶다는 생각이다.

박병호의 '악플러 대처법'은 언제나 인간다웠다. 자신을 향한 질타는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선수다. 과거에도 그랬다. 박병호는 지난 2005년 많은 기대를 안고 LG 트윈스에 입단했으나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했다. 1, 2군을 오가며 팬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고, 수없이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에게 '악플'은 더욱더 치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이성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성甲 박병호'란 제목으로 하나의 사진이 게재됐다.

인성甲 박병호! 박병호가 지난 2009년 악플러에게 정중한 답장을 보내며 인성甲 박병호란 별명을 얻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박병호는 자신을 행해 악성 댓글을 작성한 한 팬에게 장문의 쪽지를 남겼다. 내용을 보면 "안녕하세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올해 성적이 충분치 않다는 것 인정합니다…비록 성적이 안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이렇게 쪽지를 보내주셨는데 제 자신은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습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항상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고 정중하게 '악플러'에게 대응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를 영입할 때 단순히 실력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한다. 성적은 기본이고 야구에 대한 자세, 친화력, 인성, 성격 등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계약서를 내민다. 미네소타는 10여 년 전부터 박병호를 관찰했고, 총액 3135만 달러(약 363억 원)란 거금을 투자했다. 선수 영입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인정받은 박병호다.

기량은 물론 인성까지 겸비한 박병호가 '진정한 메이저리거'로 박수를 받고 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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