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목동과 이별하는 날, 안팎에서 웃지 못한 넥센

고개 숙인 넥센. 넥센 히어로즈가 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11로 역전패하며 가을 축제를 마감했다. / 목동구장 = 최용민 기자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목동구장과 이별했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경기장 밖에는 넥센의 팬 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기는 거짓말 같은 역전패로 끝나고 말았다. 스며드는 가을바람이 유독 시린 날이었다.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홈 경기를 치렀다. '가을 축제'의 주인공이었지만 목동구장은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한산했다. 몇몇 팬들이 야구장에 입장했을 뿐 붐비는 축제 느낌은 나지 않았다.

도로 쪽에는 넥센의 팬 차별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피켓에는 "모든 팬들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것, 우리가 기대하는 것입니다. 히어로즈 개인팬은 불공정거래를 반대합니다", "차별 없는 팬사랑, 이제는 변화된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입니다. 히어로즈 개인팬은 팬 차별을 반대합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넥센 개인팬의 반발. 시위에 나선 넥센 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목동구장 = 이현용 기자

시위를 하고 있던 강기웅(27) 씨는 "넥센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원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체팬들과 커넥션 부분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자발적인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고 있다. 우리가 완장을 차고 무언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계속해서 이런 시위에 나서고 있다. 넥센 팬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나눠주는 '개인팬 일반'이라는 브로치를 착용하고 경기장으로 향하는가 하면 "고생한다"는 말과 함께 음식을 주며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들이 모두 넥센 팬인 것은 아니었다. 시위에 동참한 한 kt 팬은 "야구 팬으로 이 사태가 안타까워 나왔다. kt도 이런 일을 겪었다. 소통을 통해 바꾸었다. 앞으로 이런 차별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넥센은 팬들의 반발에 3차에 걸쳐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는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한 넥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7469명), 준플레이오프 3차전(9900명), 4차전(8227명)에서 단 한 번도 관객을 가득 채우지 못했다. 넥센의 포스트시즌 매진 행진도 7경기에서 멈췄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하나같이 넥센의 선전을 바랐다. 7-1, 8-0 등의 스코어를 예상하며 환히 웃었다.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우승하길 원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해결돼 온전히 응원에 힘을 보태길 기원했다.

조상우의 눈물. 9회 4실점한 조상우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목동구장 = 최용민 기자

하지만 모든 넥센 팬들의 바람과 달리 최악의 패배로 가을 축제가 끝났다. 2-9까지 앞서 갔지만 경기 후반 추격을 허용했고 9회 6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더욱이 넥센이 목동구장에서 치르는, 그리고 박병호가 넥센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충격이 더 컸다.

허무한 눈빛으로 경기가 끝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넥센 팬 김상현(33) 씨는 "정말 믿어지지 않는 패배다.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넥센 경기가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은 쓸쓸히 목동을 나섰다.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다음 시즌 더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넥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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